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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趙기숙 대통령홍보수석의 ‘국민 모독’

입력 | 2005-08-27 03:05:00


조기숙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화여대 정치학과 교수 시절부터 ‘정치인 노무현’을 지지했다. 노 후보가 당선되자 취임사 준비위원을 하더니 “공정한 논평가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겠다”던 평소 다짐을 버리고 대통령홍보수석으로 들어갔다.

그런 조 수석이 엊그제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시고 국민은 아직 독재시대의 문화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곡학아세(曲學阿世)에 적반하장(賊反荷杖)이 따로 없는 억지 발언이다. 미래 비전 대신 과거사에 매몰돼 있는 쪽은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광복 60주년 경축사를 놓고 보자. 노 대통령은 “해마다 광복절 경축사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희망과 계획을 말하는 데 중심을 두었지만 오늘은 지난날의 어두운 이야기로 시작하려고 합니다”라며 과거사에 연설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이 연설문은 노 대통령이 직접 쓴 것이다.

노 대통령은 우리 현대사를 친일과 독재시대의 억압과 저항의 과정에서 비롯된 ‘분열의 역사’라고 규정했다. 노 대통령의 역사 인식은 1980년대 좌파 운동권을 풍미했던 책자의 내용과 비슷하다. 노 대통령의 시계는 바로 그 무렵에 멈춰 있는 것 같다.

조 수석은 “국민들을 220V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문화적 쇄신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하시다 보면 전기밥솥에 불이 짠하고 들어올 것이다”라는 궤변도 서슴지 않았다. 국민을 ‘110V 전기밥솥’에 비유하는 것은 국민 경시(輕視)고 국민 모독(冒瀆)이다. 220V로 ‘업그레이드’돼야 할 곳은 오히려 그쪽이다.

조 수석은 변압기(언론) 탓도 했다. 언론이 권위주의 문화에 길들어 21세기형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고통치자에 대한 아부차원에서 나온 말이겠지만 실소를 금할수 없다. 요즘 여당 의원들까지 대통령이 나오면 텔레비전을 끄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조 수석은 이런 발언이 대통령을 국민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함을 알아야한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과거사의 주술(呪術)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21세기로 돌아오기 바란다. 노 대통령과 조 수석이 차고 있는 시계는 지금 도대체 몇 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