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미동초등학교의 에듀케어 교실에서 초등학생 29명이 전담교사와 함께 방과 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영한 기자
정규 수업이 끝난 지난달 28일 오후 5시 서울 성동구 성수3동 성수초등학교.
아무도 없는 적막한 운동장을 지나 교실건물에 들어서니 1층 복도 끝에서 어린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에듀케어(Edu-care)’라는 문패가 걸린 교실에는 온돌방이 마련돼 있었고 20여 명의 아이들은 △레고 등 장난감이 놓인 ‘창의력 방’ △어린이 책이 놓인 ‘글 방’ △숙제를 도와주는 ‘공부 도움방’ 등으로 나뉜 작은 공간에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공부 도움방’에선 김애경(42·여) 전담보육교사가 2학년 양숙희(9) 양의 숙제를 도와주고 있었다.
“1시간은 60분이니까, 2시간 반이면 몇 분이지?”(교사)
“2시간이면 120분이고요, 반은 30분이니까…. 150분요.”(학생)
김 교사는 “아이들은 반드시 에듀케어에서 숙제를 다 해야 한다”며 “한자교육과 부족한 과목의 공부도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이강수(여) 교감은 “전교생의 80%가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이고 대기자가 밀려 있다”며 “월 6만3000원의 보육료만 없다면 더 많은 부모가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듀케어 확대=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 초등학교에서 정규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을 맡아 가르치는 ‘에듀케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도 돌봐줄 사람이 없는 1∼3학년 아이들을 학교에서 오후 6∼7시 반까지 돌봐주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현재 99개 초등학교에서 운영 중인 128개 에듀케어교실에서 3800여 명이 공부하고 있다. 전체 599개 초등학교 중 16.5%가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학부모의 반응이 좋은 것으로 나타나자 서울시교육청은 4일 “내년에 1개교에 한 학급씩 200개 학급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학교건물 신축 또는 리모델링으로 시설에 여유가 있는 학교에 에듀케어 시설을 우선적으로 마련토록 권장하겠다”고 말했다.
맞벌이 학부모의 반응은 당연히 긍정적이다. 비용이 월 약 6만 원 수준인 데다 학교에서 직접 보살펴 급우 등 친구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성수초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안영숙(43·서울 광진구 화양동) 씨는 “에듀케어에 보내지 않았을 때는 아이가 수업이 끝나면 오락실 등에 자주 가도 통제할 방법이 없었다”며 “방학 때도 운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맞벌이 학부모인 안영화(36·여·서울 광진구 노유동) 씨도 “전에는 초등 2학년인 아들을 학교보다 두 배나 비싼 사립 보육시설에 보냈다”며 “안심하고 맡길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정부지원 확대 필요=교육계에선 에듀케어의 확대를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교육청은 “서울시는 현재 수준보다 더 이상 지원을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에듀케어 한 학급 시설을 만드는 데 3000만 원 정도 들고 전담교사 인건비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여기다 지방자치단체나 시도교육청별로 운영되면서 전담교사의 관리와 신분보장이 어렵고 에듀케어 프로그램도 천차만별이다.
시교육청은 “지금은 보육교사 자격증 소유자를 전담교사로 채용한다”며 “전문성을 갖추려면 전담교사의 신분을 보장하는 대신 유치원, 초등, 중등 교사 자격증 보유자로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흥초등학교 홍성령 교감은 “수혜자 부담 원칙이기 때문에 중간에 그만두는 학부모도 있다”며 “교사가 학원에 다니는 아이를 안내해야 하는 등 교사 한 명이 30명의 학생을 돌보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