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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관련 대출피해…법원 “김우중씨 민사책임 못물어”

입력 | 2005-07-04 03:13:00


《㈜대우의 분식회계를 통한 사기대출과 관련해 실질적인 오너였던 김우중(金宇中·사진) 전 대우그룹 회장은 공식 이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

▽분식회계 책임 없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박정헌·朴正憲)는 조흥은행이 “허위재무제표를 믿고 ㈜대우의 회사채를 매입했다가 손해를 봤다”며 김 전 회장 등 ㈜대우 전직 임직원 17명을 상대로 낸 49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1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 중 7명에 대해 5억 원을 배상하도록 했다.

조흥은행은 ㈜대우의 1997년도 재무제표를 토대로 발행된 50억 원짜리 회사채를 1998년 9월 매입했다가 손해를 보았다. 조흥은행은 2002년 12월 김 전 회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 조흥은행은 민법상 손해배상 소멸시효(3년)가 지나 소송을 냈기 때문에 민법에 의해 배상받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1999년 11월 대우그룹에 대한 중간실사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에 조흥은행이 소송을 낸 시점은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것.

재판부는 대신 상법 401조에 규정된 ‘이사(理事)의 제3자에 대한 불법 행위 책임 조항’을 적용해 “주식회사의 이사가 악의나 중과실로 임무를 게을리 해 제3자에게 손해를 준 때에는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며 7명의 이사에게 5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경우 이사의 불법 행위에 따른 제3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따로 없어 일반 법정 채권의 소멸시효인 10년이 적용된다는 것.

그러나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은 문제가 된 1997년 분식회계 당시 ㈜대우의 이사로 등기되어 있지 않아 상법상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업무집행 지시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한 상법 조항도 1998년 12월에 제정돼 김 전 회장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머지 민·형사 책임은=이 소송은 1997년도 분식회계에 대한 김 전 회장의 책임을 묻는 것이었다. 이 사건을 제외하고도 김 씨를 상대로 제기된 민사 소송은 20여 건이 더 있다. 전체 소송금액만 3000억여 원이나 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이들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사건마다 소멸시효 등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 이번 판결은 김 전 회장의 형사 사건과도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40조 원가량의 분식회계를 지시하고, 이를 이용해 금융기관에서 9조8000여억 원을 사기대출 받은 혐의로 김 전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김 전 회장의 혐의는 분식회계 등을 사실상 지시한 ‘주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이기 때문에 상법상의 이사 책임에 관한 판단인 이번 판결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김 전 회장, 병원에서 검진 받아=한편 김 전 회장은 2일 경기 수원시 원천동 아주대병원에서 정밀 건강검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과 병원 등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경 검찰 수사관 3명과 함께 병원에 도착해 5시간가량 정밀 건강검진을 받았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검찰 “규모에 상관없이 불법”▼

옛 대우그룹 관계자들이 대우의 분식회계 규모와 자금 해외유출 등에 대해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4일자 일부 신문에 ‘대우사태에 대한 진실의 왜곡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의견광고를 내고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준 데 대해 사죄하면서도 대우사태와 관련해 잘못 알려진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잘못 알려졌다고 지적한 내용은 △‘분식회계 규모 41조 원’은 1997년, 1998년의 분식액을 단순 합산한 잘못으로 실제 분식규모는 15조∼16조 원 수준이며 △외환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과 이자율 폭등으로 분식규모가 늘어났고 △비자금 관리조직으로 알려진 BFC는 해외투자, 현지법인 지원을 위한 ㈜대우 영국법인 계좌일 뿐이라는 것.

하지만 대검 중수부는 이들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분식회계가 불법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규모에 관계없이 분식회계는 불법이며 최근 BFC와 관련해 수상한 계좌 60여 개가 발견되는 등 밝혀낼 부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