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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허진석/내손으로 만드는 ‘나만의 명품’

입력 | 2005-06-30 03:14:00


22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10층 면세점 선글라스 매장 앞. 여름휴가를 앞두고 해외여행을 준비 중인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시골장터가 따로 없었다. 뒷줄에 있는 사람들은 선글라스 구경을 하기 힘들 정도로 붐볐다.

선글라스 가격은 대략 30만∼50만 원대. 바로 옆 건물 명품관 에비뉴엘에서 파는 수천만 원짜리 시계와 수백만 원짜리 핸드백에 비하면 싸게 보일 수도 있지만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한국에도 ‘트레이딩 업(trading up)’ 소비패턴이 나타난 것인가? ‘트레이딩 업’이란 자신이 좋아하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비싸더라도 기꺼이 구매하는 소비패턴을 일컫는 말이다.

예전 같으면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라는 비난을 들을 법하지만 지금은 사회가 수용하는 분위기다. 돈을 모아 명품을 사는 사람들은 ‘그 제품을 갖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며 만족감을 표시한다. 최고의 기분을 느끼기 위해 유행을 좇아 명품을 구입한다는 데 뭐가 문제가 되겠느냐는 것이다.

며칠 전 취재 현장에서 만난 30대 중반의 주부가 떠올랐다. 네 살짜리 딸과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을 둔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주부였다.

그녀 역시 ‘명품’에서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접근 방식이 독특했다. 명품과 비슷한 제품을 직접 만들면서 대리 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예컨대 인터넷이나 잡지에는 ‘명품 따라 만들기’라는 이름의 코너가 많다.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어디서 사야 하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재료를 사다가 맡기면 만들어 주는 곳도 많기 때문에 힘이 드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여기에다 자신만의 안목을 더해 ‘나만의 명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즐긴다고 이 주부는 귀띔했다.

명품에서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만족감이라면 이 주부가 ‘자신만의 명품’에서 얻는 만족감을 ‘짝퉁’이라고 얘기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허진석 경제부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