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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월드워치]프랑스는 夏至에 음악의 바다에 빠진다

입력 | 2005-06-23 03:02:00


끊어질 듯 이어지는 바이올린 소리에 관객은 숨을 죽였다.

끝을 알리는 지휘자의 손짓과 함께 마침내 연주가 멈추자 관객들은 일제히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관객들은 정식 콘서트홀에서의 공연 못지않게 심혈을 기울여 연주한 프랑스 국립교향악단과 지휘자 쿠르트 마주르 씨에게 오랫동안 갈채를 보내며 열광했다.

공연이 열린 곳은 파리 루브르박물관 지하 1층. 평소엔 관광객과 뜨내기들로 붐비지만 21일 저녁엔 클래식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좌석도 없이 바닥에 앉아 공연을 감상했지만 관광객들은 유리 지붕을 통해 밤하늘을 바라보며 정식 공연장에서는 맛볼 수 없는 감흥에 젖었다.

이날 공연은 매년 하지(夏至)에 프랑스 전역에서 일제히 열리는 ‘음악 축제’의 일환. 프랑스 사람들은 이 축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여름을 맞는다. 축제는 올해로 24회째. 이날 파리에서만 1000여 곳에서 크고 작은 공연이 벌어졌다.

뤽상부르 공원에는 하루 내내 브라질 전통 리듬이 울려 퍼졌다. 노트르담 성당 앞에선 아메리카 인디언과 아프리카 출신 연주가들의 전통음악 공연, 30여 명이 일사불란한 몸짓을 보여준 타악기 공연 등이 한데 뒤섞였다. 성당 안은 성가대의 합창과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들으려는 신도와 관객들로 객석이 가득 찼다. 대중가수들이 공연을 가진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에는 7만 명이 모여들었다.

유명한 관광지뿐 아니다. 길모퉁이, 카페 앞, 지하철 입구 등 악기를 놓을 만한 틈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아마추어 밴드들이 자리를 잡았다. 클래식에서부터 재즈 록 민속음악 등 장르도 각양각색. 한마디로 파리는 이날 하루 종일 ‘음악의 바다’에 푹 빠졌다.

이 축제가 시작된 것은 1982년. 모리스 플뢰레 당시 문화부 음악무용국장은 프랑스인 두 명 중 한 명꼴로 악기를 배운다는 사실에 착안해 하루 날을 잡아 집에 놀리고 있는 악기를 모두 들고 나와 아무데서나 연주를 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축제를 기획했다.

이렇게 시작된 축제는 다른 나라로도 확산돼 올해는 100여 개국 250여 개 도시에서 이날 동시에 축제가 열렸다. 올해 프랑스에서의 축제는 특히 원래 취지로 돌아가자는 뜻에서 ‘아마추어 정신’을 주제로 삼았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