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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다시 논란

입력 | 2005-06-03 03:17:00


1일 오후 휴대전화 대리점이 빽빽이 들어선 서울 용산전자상가. ‘여기가 최저가격’ ‘더 돌아다니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여기저기에 붙어 있다.

기자와 흥정하던 한 이동통신 대리점 직원은 이동통신사에서 만든 ‘리베이트 가격목록표’까지 보여줬다. 일부 모델은 12만 원이 넘는 금액을 이동통신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 표는 이동통신사가 비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서 대리점에 보낸다고 했다.

모토로라의 ‘미니모토’는 번호이동을 하면 20만 원이지만 단말기만 구입할 땐 35만 원을 내야 한다.

지난달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이동통신업계가 엄청난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지 한 달도 안 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다시 불거진 보조금 논란

이동통신사가 유통망에 뿌리는 단말기 보조금은 2003년 3월부터 3년간 법으로 금지됐다. 과소비에 따른 외화 낭비를 막고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취지였다.

이 법안의 시효가 내년 3월로 다가오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보조금 지급 금지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법으로 금지된 동안에도 보조금은 은밀히 지급돼 왔고 ‘공짜폰’도 계속 나돌았다.

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들은 2003년과 2004년 2년간 10∼13회씩 제재를 받았는데 보조금 지급이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31억 원의 과징금 납부를 통보받기도 했다.

정보통신부는 금지조치 연장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올해 9월에는 새로운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 명분은 똑같이 ‘소비자 이익’이지만…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단말기 보조금 규제에 관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상용(李相蓉) 한양대 정보통신대 교수는 “보조금 금지 정책으로 이동전화 요금이 하락해 휴대전화를 많이 쓰는 소비자들이 상당히 이익을 봤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 1인당 분당 매출액이 보조금 지급이 허용됐던 2000년 상반기 204.37원에서 보조금이 금지된 후 166.79원으로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만큼 통화료가 내렸다는 뜻이다.

반론도 있었다.

안일태(安一太·경제학과) 중앙대 교수는 “경쟁 수단이 다양해야 소비자의 후생이 증가하며 보조금도 경쟁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도 회사별로 의견이 다르다.

1위 업체인 SK텔레콤은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든 만큼 업계 자율에 맡겨도 출혈 경쟁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KTF와 LG텔레콤은 “보조금으로 일시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가지만 장기적으로 피해가 가게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여기엔 SK텔레콤의 자금력을 두려워하는 심리가 깔려 있다.

○ 투자는 외면

이동통신사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국산 휴대전화가 경쟁력을 얻게 됐다는 주장도 있다. 단말기 구입비용이 줄어 한국의 휴대전화 시장이 커지면서 휴대전화 업계가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도약대 노릇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이동통신사들의 투자는 올해 3사를 합쳐 3조 원대로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마케팅 비용이 투자비용을 앞질렀다. 장기적인 성장보다 ‘고객 빼앗기’를 위해 돈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통신업계가 눈앞의 경쟁에 몰두하면 장기적으로 소비자 이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단말기 보조금은 그 전형적인 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