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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심규선]‘에로 비디오’와 판다

입력 | 2005-03-21 18:23:00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넌지시 ‘비디오’를 봤다고 하면 ‘포르노 비디오’를 의미했다. 주로 미국이나 일본에서 흘러들어온 것으로 유통 자체가 불법이었다. 그래서 여관방이나 허름한 개인집에서 1000원씩 받고 몰래 ‘상연회’를 가졌다.

▷그러나 이제 ‘포르노 비디오’는 ‘에로 비디오’ ‘어덜트 비디오(AV·성인비디오)’로 이름을 바꾸고 버젓이 안방에까지 들어와 있다. ‘인간이 상상하는 모든 섹스를 제공한다’는 일본 섹스산업에서도 AV 산업은 주력 업종 중 하나다. 한 연구에 따르면 100여 곳의 제작회사가 매월 1000∼1500개의 AV를 만들어 9000여 곳의 대여점과 판매점에 납품하고 있다. 여기에 AV 배우를 파견하는 모델사무소, 인쇄회사, 택배회사, 휴대전화나 인터넷 사이트 업계까지 합치면 경제효과가 1조 엔(약 10조 원)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에로 비디오’ 산업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본격화됐다. 88올림픽을 계기로 가정용 VCR 보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후 영화관에서 보던 ‘애마부인’ ‘산딸기’ ‘변강쇠’ 시리즈는 사라지고, ‘좀 더 야해진’ 가정용 ‘에로 비디오’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에로 비디오’ 산업도 한때 3만 개나 되던 비디오 대여점이 최근 1만 개 이하로 줄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터넷으로 무차별 유포되는 ‘불법 음란물’의 영향도 크다. 하지만 ‘수요가 있는 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에로 비디오’ 업계의 믿음이다.

▷자연 번식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판다를 발정시키기 위해 중국의 ‘워룽(臥龍) 자이언트 판다 연구센터’가 판다에게 주기적으로 암컷과 수컷이 교미하는 ‘에로 비디오’를 보여 줘 효과를 봤다는 소식이다. 평소 1분 정도였던 교미 시간이 무려 55분 13초로 늘어났다고 한다. 종족 번식이 아닌 이유로도 섹스를 즐기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다. 그 인간들이 드러내놓고 얘기하기를 꺼리는 ‘에로 비디오’의 효능을 판다가 입증해 준 셈이다.

심규선 논설위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