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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족이다]우리집은 일곱 식구

입력 | 2005-03-20 18:32:00

조금 많다. 많을수록 행복하다. 함께할수록 더욱 행복하다. 월요일 ‘가정의 밤’ 행사에 모인 일곱 식구. 왼쪽부터 다섯째 현경, 셋째 수경 양, 아빠 박진수, 엄마 박정옥 씨, 첫째 범진, 둘째 세진, 그리고 앞쪽은 넷째 성진 군. 변영욱 기자


서울 도봉구 창동에 사는 박진수(43·치과의사) 박정옥(43) 씨 부부는 아이가 다섯이다. 종교적 이유로 낙태를 하지 않았고 하나둘 낳다보니 보기만 해도 뿌듯한 대가족이 됐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한 시간 동안 장남 범진이(중3년)부터 막내딸 현경이(유치원생)까지 온 가족이 모여 ‘가정의 밤’ 행사를 갖는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공부다, 악기 레슨이다 서로 바빠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온 가족이 모여 함께 게임과 운동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시간이다.

또 이날 밤 아빠 박 씨는 막내딸을 뺀 나머지 아이들을 데리고 태권도 학원에 간다. 아빠 박 씨는 “다른 학원은 보내지 않아도 태권도와 악기 레슨은 열심히 시킵니다. 음악이 인생을 풍부하게 해 주니까요”라고 말한다.

이 부부는 아이가 6세가 되면 피아노로 시작해 기타 첼로 클라리넷을 차례로 가르쳐 준다. 그래서 장남은 클라리넷, 차남 세진이(중1년)는 첼로, 셋째이자 장녀인 수경이(초등 4년)와 넷째이자 막내아들인 성진이(초등 2년)는 기타, 막내딸은 피아노를 각각 배우고 있다. 부자는 아니지만 모든 수입을 아이들 교육에 투자한단다.

“아이가 많다보니 서로 어울리는 방법을 일찍부터 터득한 것 같아요. 또 나눌 줄도 알고요. 아이들이 어렸을 땐 뒤치다꺼리하느라 식탁에서 제대로 밥을 먹을 수도 없었죠.”(엄마 박 씨)

장남 범진이는 지난 2년간 호주에서 유학했다. 하지만 한국인은 한국을 알아야한다는 생각에 올 초 돌아오도록 했다. 범진이는 호주 중학교에서 영어과목을 제외하고 ‘올 A’를 맞았다. 담당교사에게 따졌더니 ‘호주인이 아니라서’라는 설명을 들었단다.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범진이가 없는 동안 세진이와 성진이가 한방을 쓰고 수경이와 현경이가 한방을 썼다. 엄마 박 씨는 요즘 성진이에게 따로 방을 만들어줄 궁리를 하고 있다. 중학생인 형들의 공부에 아무래도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큰 애들이 공부할 동안 엄마는 성진이와 현경이를 데리고 서재에서 책을 보거나 놀이를 한다. 서재엔 큰 애들이 어렸을 때 보던 책들이 삼면에 가득 꽂혀있다.

범진이는 어느새 사춘기를 넘겨버린 듯 의젓하다. 동생들과 어울리다보니 사춘기를 겪을 틈이 없었다는 것이 이 부부의 판단이다.

7남매의 막내인 엄마 박 씨는 “언니 오빠가 많아 항상 놀아줬고 든든한 ‘빽’이 있어 동네아이들에게도 큰소리쳤다”고 말한다.

8남매의 일곱째인 아빠 박 씨는 “넷째가 태어나면서 승용차로 감당이 안돼 차를 승합형으로 바꿨다”며 “범진이가 호주에 있을 땐 허전했는데 얼마 전 일곱 가족이 차를 함께 타니 모두 정위치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어떻게 느낄까.

“항상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고 있죠.”(범진 군)

“시끄러워요.”(세진 군)

“언니 오빠가 많으니 행복해요.”(현경 양)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