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미국 재무부 발행 등으로 표시된 위조채권 수백조 원의 세탁자금 명목으로 투자자를 모은 뒤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2일 전직 부동산중개업자 황모(54·여) 김모(64) 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또 유모(54) 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 씨 등은 ‘전세계금융연합’이란 유령단체를 만들어 2003년 말 당시 H은행 모 지점장이던 박모(51) 씨에게 유고슬라비아 위조수표(10조 원 상당)를 보여 주면서 이를 세탁해 국내에 반입하기 위해서는 금융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속여 박 씨를 끌어들였다.
황 씨 등은 이어 1947년 미국 재무부에서 발행했다는 5억 달러짜리 위조채권과 10억 달러짜리 가짜 금보관증서 250장씩(약 375조 원)을 제시하며 “이 돈을 국내로 들여오는 데 필요한 경비를 투자하면 투자금은 물론 사업자금까지 지원해 주겠다”고 속여 박 씨에게서 6억 원 등 모두 11명으로부터 10억여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다.
박 씨는 이 과정에서 회사를 그만둔 뒤 퇴직금뿐 아니라 아파트를 처분한 돈까지 날렸다.
경찰 조사결과 황 씨 등은 투자자들을 현혹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모 지방지에 ‘미 재무부 발행 채권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실존하며 청와대 경제팀이 공인한 것’이라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