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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꽃도 훔쳐가나…" 화훼농가 울상

입력 | 2005-02-18 15:49:00


"아니, 이제는 꽃을 훔쳐가다니..."

화훼농가가 밀집한 고양시 일대에 꽃 도둑이 기승을 부려 졸업 철이라 연중 최고 대목을 맞고도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구모 씨(47)는 13일 오전 1100여 평 크기의 비닐하우스에 장미를 수확하러 들어갔다가 어이없는 풍경을 목격해야 했다.

장미의 일종인 '로즈유미' 300송이가 '싹둑' 잘린 채 사라져 수확할 물량이 없어졌기 때문.

그는 "평생 꽃만 키우다 처음 도둑을 맞다보니 어이가 없을 뿐"이라며 "두 달 키운 장미가 사라졌지만 잡기 어려울 것 같아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6일에는 고양시 덕양구 선유동 김모 씨(39)가 장미의 일종인 '발렛' 800송이를 비슷한 수법의 도둑에게 도난당했다.

고양시 장미농가 연합회 정찬덕 회장(54)도 2일 장미 '비탈' 1200여 송이를 도둑맞았다.

정 회장은 "알음알음 확인한 것만 이달 들어 5건에 이르는 데 정확히 파악하면 피해규모가 훨씬 클 것"이라며 "기술이 좋아져 보름가량 저온 저장할 수 있어 졸업 철을 맞아 이달 초부터 도둑이 날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다음 수확을 위해 뿌리에 가까운 부분을 절단하지만 도둑들은 들고 가기 쉬운 높이에서 마구 자르기 때문에 다음 수확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

졸업 철이라 장미 시세가 높고 장미가 재배되는 비닐하우스는 대부분 보안시설이 없고 농민의 주거지와 떨어져 있어 도둑들이 가위만 들고 침입해 쉽게 범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 회장은 "잡기 힘들 것 같아 신고는 안했지만 자체적으로 경비를 강화해 추가 피해를 막으려 하는 데 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