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왼쪽)가 14일 열린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차떼기당’이라고 한 것은 너무 심했지요”라며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하자 “작년에 다 말씀드렸다. 정책에 대한 질문을 해 달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김동주 기자
이해찬 국무총리와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이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격렬하게 맞붙었다. 지난해 10월 정기국회에서 이 총리가 한나라당을 ‘차떼기당’이라고 비난한 이후 국회에서 이 총리를 ‘왕따’ 시켜 온 한나라당의 2차 공세였다.
홍 의원은 이 총리가 답변대에 서자마자 “살풀이 해야겠지요”라고 포문을 연 뒤 “차떼기당 발언은 심했지요”라고 물었다. 이 총리는 “작년에 다 말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홍 의원은 “총리는 정치 중립적인 업무 집행을 해야 한다”고 전제한 후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이 총리는 ‘2007년 대선에 열린우리당이 무조건 이길 것이다’고 했는데, 한나라당이 진다는 소리냐”고 캐물었다. 이에 이 총리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한 글자도 언급한 적 없다. 당은 민주당도 있고 민주노동당도 있다”고 응수했다.
홍 의원이 “총리가 이처럼 야당 폄훼 발언을 한 일이 있느냐”고 따지자 이 총리는 “5·16 군사정부 때는 총리가 의원들을 붙잡아가기도 하고 야단도 쳤다”고 맞받았다.
그러자 홍 의원은 “총리가 실세로 있던 당의 권노갑(權魯甲) 고문이 2000년 총선 때 차떼기로 200억 원을 받았고, 여당 대통령후보가 썬앤문 감세 청탁 사건에 연루돼도 우리는 ‘차떼기당’ ‘감세청탁당’이라고 비난하지 않았다”며 “총리의 차떼기 발언은 적절했느냐”고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이 총리는 “작년에 다 말했다”는 말을 여섯 차례나 되풀이하면서 “정책 질문을 하라”며 얼음장 같은 표정으로 홍 의원을 노려봤다.
홍 의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해 10월 이 총리의 언론 관련 발언을 겨냥해 “가장 비판적인 신문인 동아, 조선일보가 손아귀에 있다면 다른 언론과 방송은 총리 발아래에 있느냐. 권력에 취해 오만해질 때 민심은 정권을 떠난다”고 경고했다. 이 총리는 “그만 하라”고 언성을 높였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