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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피부 이식 안전하게 싸게”…인체조직은행 17곳 국내 첫 허가

입력 | 2005-01-07 17:53:00


앞으로 뼈 피부 심장판막 등 다른 사람의 조직을 이식받는 환자는 조직이 안전한지에 대한 우려를 크게 덜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제정돼 올해부터 시행된 ‘인체조직 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안전한 조직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부과된 공인(公認) 인체조직은행 17곳이 국내 최초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7일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려대 구로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 8곳과 가공처리업자, 수입업자 등 모두 17곳을 인체조직은행으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모든 의료기관은 자신의 조직을 떼어 내 이식하는 자가이식용을 빼고는 이들이 제공하는 조직만을 사용해야 한다.

과거에는 국내에서 채취한 조직은 별도의 안전성 평가를 받지 않아 이식받은 환자에게 에이즈, B형 간염 등 2차 감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

그러나 기증자와 그의 조직에 대한 철저한 검사와 멸균처리로 조직의 ‘품질’을 보증하는 인체조직은행이 생겨나 이 같은 부작용은 크게 줄어들게 됐다.

만약 전염병에 감염됐거나 암세포 전이 우려가 있는 조직, 사망 원인이 불분명한 기증자의 조직을 제공하거나 이식하면 최저 징역 2년형에서 최고 무기징역형을 받게 된다.

조직 이식수술을 한 의료기관도 그 결과를 기록으로 만들어 조직은행에 통보하고 전염병이나 악성종양 등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하면 그 사실을 식약청에 보고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고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식약청 관계자는 “국내에서 조달되는 인체조직의 안전성이 강화돼 사회적 인식이 호전되면 국내에서도 조직의 기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렇게 되면 외국에서 비싼 값에 조직을 수입할 필요가 줄어들어 환자들의 부담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기관들은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조직이 부족해 수입업자를 통해 상당량을 미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각막손상 환자에게 쓰는 양막(태반 안쪽의 부드러운 막)은 국내에서 구하면 10만 원인 반면 수입가는 70만 원을 호가하고 있다.

한편 식약청은 이날 허가한 17개 인체조직은행 외에도 경북대병원 등 23곳에 대해 심사를 벌여 이르면 이달 안에 추가 허가를 결정할 계획이다.

또 인체조직은행이 취급할 수 있는 조직의 종류도 현재 뼈 연골 건(腱) 인대 심장판막 혈관 피부 양막 근막 등 9종류에서 업계나 학계, 환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넓혀갈 예정이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인체조직은행이란▼

이식을 목적으로 장기(臟器)가 아닌 뼈 인대 피부 심장판막 등 인체조직의 일부를 기증자로부터 채취해 저장, 처리, 보관한 뒤 의료기관에 제공하는 기관. 인체조직을 가공해 처리하거나 외국에서 수입하는 업체도 인체조직은행이 될 수 있다. 인체조직을 채취하는 경우 대가를 줄 수는 없지만 이식받는 환자에게는 채취 등에 드는 비용을 부담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