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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신생아치료전문醫 이연경 고선영 김경아 교수

입력 | 2005-01-02 18:26:00

성균관대 삼성제일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 전담 여의사 3명에게는 미숙아들이 빨리 건강을 찾는 것이 한결같은 새해 소망이다. 왼쪽부터 이연경 고선영 김경아 교수. 박영대 기자


“올해는 많은 아기들이 건강하게 퇴원하는 한 해가 되기를….”

늘 이런 기도로 새해를 맞는 사람들이 있다. 성균관대 삼성제일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 전담 여의사 3명이 바로 그들이다.

치료실 책임자인 이연경(李姸卿·38) 교수와 고선영(高先影·38) 교수는 ‘십년지기’다. 눈빛만 봐도 손발이 척척 맞는단다. 둘 다 아직 미혼이다. 막내 김경아(金璟我·34) 교수만 8세 된 아이를 둔 주부다.

결혼 유무를 떠나 이들은 신생아들에게는 언제나 ‘엄마’다. 집중치료실 40여 명의 아기들 중 절반은 임신 37주 이전 또는 출생 당시 2.5kg 미만이었던 미숙아다. 출생 당시 1.5kg 미만의 ‘극소 미숙아’도 적지 않다.

환자의 90% 이상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하루에도 몇 번씩 촌각을 다툰다. 야간이나 휴일에도 긴급호출을 당하기 일쑤다. 아이들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난다. 그런데도 왜 이 일을 선택했을까. 이 교수의 대답이다.

“신생아는 세상에서 가장 약자입니다. 누가 돌봐주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하지 못하죠. 그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매년 900명의 신생아들이 이들을 거쳐 가는 만큼 사연도 많다.

2002년 2월 25.5주 만에 태어난 A 양. 출생 당시 체중이 550g에 불과해 모두들 ‘엄지공주’라 불렀다. 한순간도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엄지공주는 여의사들의 극진한 보살핌 덕분에 정상 체중에 도달해 퇴원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16일 밤 12시 무렵. 세 쌍둥이가 임신 26주 만에 태어났다. 체중은 각각 820g, 675g, 675g. 호흡곤란, 세균감염 등 응급조치를 취하고 나니 어느덧 희뿌옇게 창밖이 밝아왔다. 보름이 지난 현재 아이들의 몸 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다.

물론 워낙 약한 생명을 다루다 보니 슬픈 기억도 많다. 극소 미숙아의 생존율은 15% 정도. 그러다보니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이들은 자신의 아이를 잃어버린 것처럼 고통스럽다.

경제적 이유나 아이의 고통을 지켜보기가 힘들어 치료를 포기하는 부모도 간혹 있다. 그들을 설득하는 것도 이들의 임무다.

3명의 여의사는 한결같이 항상 생명의 기적을 바란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나면 엄청난 희열을 느낀다. 그러나 기적을 이루려면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단다.

“생명만큼 고귀한 것은 없습니다. 1%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우리는 절대 생명을 포기하지 않아요. 엄마 아빠들도 미숙아란 이유로 생명을 버리는 일이 올해는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