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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무원이 장관 ‘지명수배’하는 나라

입력 | 2004-12-19 17:58:00


전국공무원노조가 총파업 참가자에 대한 징계를 시달한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명수배’하는 포스터를 제작 배포한 것은 이 정부 공무원들의 공직기강이 어느 정도로 흐트러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전공노는 허 장관의 ‘죄명’으로 혈세 낭비와 국회 모독, 직권남용, 지방자치 역행 등을 들었고 대통령과 노동부 장관 등을 ‘공범’으로 지목했다.

아무리 패러디라고 하지만 공무원이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과 공무원 임용 주무 장관을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앞서 청주시장을 개에 비유한 데 대한 여론의 지탄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전공노 지도부의 동떨어진 현실 인식과 ‘제 손으로 제 발등 찍는’ 아둔함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상황에서 허 장관이 할 일은 정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공무원들을 단호하게 징계하는 것이다. 허 장관은 전공노 파업 가담 공무원들을 전원 파면 또는 해임하는 등 엄벌하겠다고 했으나 사실상 지자체에 공을 떠넘겼다. 그 결과 파업 가담자가 2502명에 이르렀지만 파면 184명, 해임 190명 등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다.

구청장이 민주노동당 소속인 울산 동구와 북구는 아예 징계요구서 제출을 거부하면서 정부가 재정 지원을 중단할 경우 직권 남용으로 행자부 장관을 고발하겠다는 기자회견까지 했다. 이러니 전공노가 정부를 우습게 여겨 ‘장관 지명 수배 포스터’를 만들고,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헌법소원’을 운운하는 게 아닌가.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기강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기(官紀)가 무너지면 군기(軍紀)는 물론 권력기관의 기강 또한 붕괴될 우려가 있다. 공무원 기강 확립은 단지 어느 정권의 체통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운명에 관한 사안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