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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려난 안희정 "내가 내 발등을 찍었다"

입력 | 2004-12-10 16:39:00

盧대통령 측근 안희정씨 만기출소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 씨가 10일 오전 0시 20분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만기 출소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1년 형기를 마치고 이날 출소한 안 씨는 “스스로 정진해서 대한민국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활동을 재개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겠다”고만 밝혔다.김미옥 기자


"내 발등을 내가 찍었다."

10일 0시 20분 경 안양교도소에서 풀려난 안희정(安熙正) 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 비서실 정무팀장은 지난 1년 동안 옥살이를 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혐의를 그 누구에게도 미루지 않고 본인이 책임을 졌다는 얘기였다.

이날 안양교도소에는 열린우리당 백원우(白元宇) 의원과 이재정(李在禎)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일부 당 중앙위원 등만 나와 조촐하게 안씨를 맞이했다.

그는 '앞으로 뭘 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새로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생각해 보겠다"며 짤막하게 답했다.

이날 청와대 386 참모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이들은 그동안 옥중에 있는 안씨를 수시로 면회했지만 '출소 할 때 후배들은 가능하면 나오지 말아 달라'는 안씨의 당부에 마중을 안나가는 걸로 행동을 같이 했다고 한다.

안 씨는 백 의원이 준비한 LPG 승합차를 타고 바로 안양교도소를 빠져나가 바로 과천 자택으로 향했다.

앞으로 그는 당분간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한 386 의원은 "며칠 전 면회를 갔더니, 안씨는 '외국에 나가라는 사람도 있고, 시골로 내려가라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면서 "여러 사람들과 의논하고 거취를 정할 것 같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안씨는 조만간 미국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내년 4월 2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때까진 국내엔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 후 거취는 미지수다. 국내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한 측근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내에 머무를 경우 온갖 사람들이 다 달라붙으려고 할 게 뻔하다"면서 "지금부터 설치는 듯한 인상을 주면 여러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귀띔했다.

청와대 한 386 참모는 "희정이 형 때문에 부인과 두 아이들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면서 "당분간 가족을 보살피는데 신경을 쓰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노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는 분석이 엇갈린다. 한 측근은 "이제 대통령과 안씨는 서로 다른 길을 갈 수 밖에 없다"면서 "동업자 관계도 옛날 얘기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 인사는 "노대통령의 오른 팔인 광재(光宰·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가 원내에서 '역할'을 하듯이 희정이는 VIP(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다른 막중한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청와대 386 참모들은 안 씨를 만날 계획이다. 출소 축하연을 겸한 이 자리에서 안씨의 거취에 대한 윤곽이 잡혀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안씨가 조만간 청와대를 찾아 노 대통령과 면담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