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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기자의 감성크로키]올해 당신의 히든 카드는?

입력 | 2004-12-02 16:10:00


트럼프 카드 석 장을 받았다.

스페이드 7을 바닥에 펼쳐 놓는다. 클로버 3과 다이아몬드는 손 안에 있다.

카드가 바닥에 차례로 놓인다. 상대의 앞에는 넉 장의 하트가 줄지어 펼쳐진다. 적어도 카드 다섯 장의 무늬가 같은 ‘플러시’가 될 듯싶다.

포커 게임을 하면서 늘 생각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히든카드를 포함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는 누구나 신년 계획과 연말 성과의 대차대조표를 만들게 된다. 역시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꽤 만족스러웠어도 마음이 허할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비록 화려하지 않더라도 마음속에 충만함이 넘치는 사람들….

얼마 전 친구의 집 정원에서 열린 포틀럭(potluck) 송년 모임. 숯불에 구운 소시지와 유기농 야채, 은박지에 싸인 군고구마, 마요네즈와 바비큐 소스로 버무린 오코노미야키,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서 날라 온 멸치주먹밥….

먹을거리처럼 다양하게 펼쳐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을 들어봤다.

“외국어도 열심히 공부하고 싶고, 책도 많이 읽고 싶었지만…. 대신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인맥을 넓히며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30대 여자)

“다니던 직장을 관둬 힘든 시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녀에게 매진할 수 있어 오히려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30대 남자)

“운동, 가족과의 시간 등을 계획했으나 잘 안 됐습니다. 올해 이사한 새로운 환경에서 아이들이 잘 적응하는 모습에서 작은 행복을 느꼈습니다.”(30대 남자)

“지식 재충전은 하지 못했지만, 취미인 춤의 세계에 빠져 들면서 올해 무대에도 섰습니다. 춤은 나를 가장 솔직하게 표현합니다.”(30대 여자)

포커게임 이야기로 돌아온다. 나의 히든카드는 클로버 7이었으며 결국 7 두 장, 3 석 장의 ‘풀하우스’가 완성됐다. 상대는 ‘플러시’가 되지 못했다. 시간은 운명과 베팅의 적절한 조화 속에 흐른다. 올해가 가고, 내년이 온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