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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수능부정' 사전 특별교육시켜"

입력 | 2004-11-23 17:09:00


서울지역의 일부 교육청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전날인 16일 각 고교의 진학지도담당 교사를 불러 이례적으로 인터넷 등에서 떠돌고 있던 '수능 괴담'에 대한 특별교육을 시킨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교육 당국에서 사전에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수능 괴담이 떠돌고 있으니 주의할 것'=서울시교육청은 15일 산하 11개 교육청에 "언론보도나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글들을 보니 부정행위가 우려된다"며 "휴대전화 단속 등을 특히 철저히 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각 구 교육청에서는 진학지도담당 교사들을 수능 전날 소집하거나 공문을 보내 이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본보가 입수한 한 교육청의 회의 자료에는 "최근 인터넷에는 '수능 괴담'이니 어쩌구 하면서 수험생들이 집단적으로 소형 휴대전화로 부정행위를 획책한다는 기사가 있다"며 "이맘 때 쯤이면 으레 나오는 소문으로 무시하기에는 어려운 내용"이라는 주의가 담겨있었다.

서울지역 한 고교의 진학지도부장은 "예년에도 시험 전날 교사들을 불러 교육을 시켜왔지만 이날처럼 강도 높은 주문은 이례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수능 일주일 전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휴대전화 사용 등과 관련된 주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와 각 교육청에 이를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고교들 "우리 학생은 없다"며 대책마련 부심=수능 부정행위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자 서울 시내 일선 고등학교들은 "우리 학교와는 무관하다"며 연관성을 일제히 부인하면서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강남 지역 고교와 특목고 등 상위권 학생이 많이 포진한 학교에서는 "이번 사건은 지방의 중하위권 학생들만이 벌일 수 있는 문제"로 치부하기도 했다.

서울지역 한 특목고의 진학지도부장은 "워낙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다보니 한 마디씩 주의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상위권 학생들은 신문에서나 나올 법한 다른 나라 얘기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학교에서는 혹시라도 이번 수능에 별도의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이 있는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서울 S고의 한 교사는 "수능 부정 사건이 보도된 후 담임 교사들을 통해 혹시 그런 학생이 있는지 확인했으나 우리 학교 학생 중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 학교는 기말고사의 시험 감독도 대폭 강화했다. 또 학생들에게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구속까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내부적으로 '특별 주의보'를 내렸다.

서울 O고교는 이번 기말고사부터 시험 직전에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모두 수거하기로 결정했다. 이 학교 교과운영부장은 "보통 고교 3학년 기말고사는 수능 직후라 다소 풀어지는 분위기였지만 사건의 여파로 감독이 예전보다 강화됐다"며 "앞으로도 부정행위 사건과 관련된 교장 훈화말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