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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총리 뻣뻣한 사과]언론에 한 막말은 전혀 언급없어

입력 | 2004-11-09 18:35:00

9일 오후 이해찬 국무총리가 중앙공무원교육원 특강을 마친 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집무실로 돌아온 직후 이 총리는 이강진 공보수석이 대독한 성명서를 통해 국회파행 장기화에 따른 유감을 표했다. -이종승기자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9일 한나라당 비하 발언으로 국회파행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해 나름대로 ‘사의(謝意)’를 표명하긴 했지만 입장을 밝히게 된 경위와 방식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먼저 이 총리는 성명서에서 한나라당의 ‘진솔한 사과’ 요구에 대해 “대정부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이 지나친 점이 없지 않았기에 진심으로 사의를 표하며…”라며 우회적 화법을 사용했다.

이 총리는 고심 끝에 직접 ‘사과(謝過)’라는 표현 대신 ‘사의’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의의 사전적 의미에 ‘사과의 뜻’이라는 것도 있지만 통상 ‘감사의 뜻’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어 혼란을 줬다. 물론 이 총리는 사과의 뜻으로 사의라는 표현을 썼겠지만 일각에서는 “뜻이 명백한 ‘사과’보다 다소 모호한 ‘사의’를 굳이 선택한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나왔다.

공보수석이 대독
이강진 국무총리 공보수석이 9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국회 파행에 대한 이해찬 국무총리의 유감표명 성명을 읽고 있다. 이종승기자

이강진(李康珍) 공보수석은 이에 “총리가 종종 사과의 뜻을 담은 ‘사의’라는 표현을 쓸 때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 총리는 성명서를 내는 과정에서 국회의장과 열린우리당의 유감 표명 요청을 수락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래선지 한나라당을 직접 거명하지도 않았으며, 성명서를 이 공보수석이 대신 읽게 했다.

총리실은 당초 이 총리가 성명서를 직접 읽는 방안도 논의했으나 ‘아름답지 않은 모습’을 신문이나 방송에 내보낼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에 따라 검토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신의 발언 때문에 국회가 무려 13일째 파행을 겪고 있고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비난 여론이 비등한 만큼, 직접 국민을 상대로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는 지적도 많다. 이 총리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리자 마지못해 사의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편 이 총리는 “동아, 조선일보는 내 손아귀에 있다. 까불지 마라”는 ‘막말’에 대해서는 이날도 사과하지 않았다. 이 총리측은 “총리가 국회 정상화를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것일 뿐 동아, 조선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힐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 총리의 취중 발언으로 특정 언론의 명예가 훼손된 만큼, 차제에 문제의 발언에 대해서도 어영부영 넘어가지 말고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李총리 성명서 전문▼

10월 28일 대정부질문 이후 국회가 의사일정이 진행되지 않고 파행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회의장님께서 어제 유감 표명을 권하셨고, 오늘 열린우리당의 의원총회에서 의원님들의 의견을 모아 먼저 유감을 표명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대통령께서 12일부터 약 한달에 걸친 외교활동을 시작하시게 되고 저는 총리로서 대통령께서 계시지 않는 동안 국정을 책임져야 할 자리에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예산안과 민생현안의 처리를 위해 국회가 더 이상 공전되어서는 안 된다는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의견을 들어 오늘 저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먼저 대내외적으로 현안이 산적해 있는 시기에 저의 답변으로 인해 국회가 공전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아울러 지난 대정부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이 지나친 점이 없지 않았기에 진심으로 사의를 표하며 국회가 하루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참여정부는 국회와 정책을 협의하며, 민생경제를 활성화하여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