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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이전 위헌결정 15일]천안 모델하우스 가보니…

입력 | 2004-11-04 18:19:00

지난달 21일 수도 이전 위헌 결정 이후 충남 천안시 쌍룡동에는 건설사 3곳의 견본주택이 잇달아 문을 열었다. 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가운데 3곳의 모델하우스에는 실수요자들만 찾아와 분양정보를 얻어갔다. 3일 문을 연 동일하이빌 모델하우스. 천안=허진석기자


“원래부터 수도 이전에는 별 관심이 없었어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오래돼 옮길 생각이 있어 친구들과 같이 구경 왔어요.”(충남 천안시 쌍룡동 하은숙씨)

3일 오후 천안시 쌍룡동 동일하이빌의 모델하우스 개관 현장. 모델하우스 안은 차분했다. 분양권 전매가 제한돼 있는 데다 수도 이전이 무산됐기 때문인지 실수요자들만 모델하우스를 찾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지난달 21일 수도 이전 위헌 결정이 난 이후 쌍룡동 일대에는 LG건설(지난달 22일)과 대우건설(지난달 29일) 등 총 3곳의 모델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수도 이전 무산 영향 없을 것”=모델하우스를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수도 이전 무산에 따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LG건설 ‘쌍용자이’를 찾은 현민수씨(41)는 “경부고속철 천안아산역이 더 개발되고 인근에 아산신도시도 들어설 것이기 때문에 천안 사람들은 대부분 수도 이전 무산 영향이 적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런 개발 재료 때문에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지도 않는 눈치다.

이런 분위기는 당첨자를 발표한 LG건설 모델하우스에서 그대로 묻어났다. 53평형과 43평형 두 곳에 당첨이 된 한 부부는 43평형을 포기할 논의를 하면서 “예전 같으면 프리미엄 받고 팔았겠지만 지금은 그냥 포기해야죠”라고 말했다. LG의 청약경쟁률은 1.51 대 1이었다.

수도 이전 무산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면서도 자신의 예상보다 사람들이 덜 몰리자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동일하이빌 모델하우스를 찾은 이연희씨(42·천안시 백석동)는 “번잡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적은 것 같다”며 “분양가도 예상보다 비싼 평당 640만원(옵션 포함)이어서 청약을 해야 할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실수요자 잡기 안간힘=이날 실수요자들은 그래도 꾸준히 모델하우스를 찾는 편이었다. 동일하이빌은 이날 3000여명이 모델하우스를 찾았다고 밝혔고 대우건설은 문을 연 첫 사흘 동안 하루 평균 2000여명이 다녀갔다고 주장했다.

이는 건설사들이 물밑 작업에 그 만큼 공을 들였기 때문. 건설사들은 모델하우스를 열기 한두 달 전부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왔다.

동일하이빌은 2개월 전부터 매일 천안시내 주요 아파트 단지와 단독주택지를 돌며 주부들을 끌어 모은 뒤 7월에 입주한 인근 불당지구의 자사 아파트를 구경시켜 줬다. 천안에서는 처음으로 지상 주차장을 없애고 숲을 조성함으로써 인기를 끌었던 실제 모습을 보여 주었던 것. 이런 조경 때문인지 2002년 여름에 분양된 불당지구 동일하이빌 35평형 아파트에 6000만원의 웃돈이 형성돼 현재 2억원의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1개월 전부터 등산객이 많이 몰리는 광덕산을 주말마다 찾아 장갑과 휴지 등을 나눠 주며 예비 고객을 확보했다. 각종 지역 축제가 열리는 곳에 여러 차례 부스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3000여명의 고객 전화번호 등을 미리 확보하기도 했다.

대우건설 유수현 아산배방분양사무소장은 “옵션을 대부분 포함하고도 평당 평균 515만원에 분양해 다른 회사들보다 100여만원이나 싼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철이나 삼성 효과 나타날까=천안시내와 일부 충청지역의 기존 아파트 가격은 조금씩 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천안 시민과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고속철도 천안아산역 인근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아산시 탕정면에 삼성전자 액정표시장치(LCD) 단지가 본격 가동되면 인구 유입 효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산신도시 1단계 아파트가 내년 말에 분양되면 시너지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흥주거지인 천안 서쪽 지역과 아산신도시는 천안아산역을 사이에 두고 바로 마주보고 있기 때문.

부동산114 김혜현 부장은 “당분간은 조정을 받을 수 있겠지만 고속철이나 신도시 개발, 삼성 LCD단지 등의 호재는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안=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