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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 러일전쟁이 발발한 지 100년째 되는 올해 일본에서는 관련 서적들이 많이 발행됐다. 대부분 최근의 일본 사회 국수주의화 분위기에 편승해 ‘일본이 10배나 큰 대국을 꺾었다’ ‘동양이 서양을 굴복시켰다’는 식의 내용이다.
특히 승전보를 안겨준 당시의 지휘관들을 전쟁영웅으로 신격화하고 있다. 무적으로 알려진 백인 제국 러시아를 일본이 격파한 것은 세계사에 자랑할 만한 업적이라고 칭송하기도 한다. 백인들에게 고통당하던 아시아, 아프리카대륙 식민지의 유색인종을 각성시킨 쾌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교과서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본에서 발간된 최문형 한양대 명예교수의 ‘러일전쟁의 세계사’ 일어판(박창희 역·후지와라서점·사진)은 일본 사회의 이상기류에 반기를 든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주목받고 있다. 아사히신문도 최근 서평란에서 이 책을 비중 있게 소개한 바 있다.
이 책은 방대한 외교문서를 통해 러일전쟁이 단지 러시아와 일본의 대결이 아니었으며 일본과 러시아를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구미열강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또 하나의 세계전쟁이었다는 관점에서 정리됐다. 뒤늦게 제국주의 식민지 쟁탈전에 뛰어든 일본은 한반도와 만주를 손아귀에 넣기 위해 구미열강과의 대결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후지와라서점에서 매달 나오는 소책자에서 “러일전쟁에 대한 올바른 역사인식의 확립을 위해 기여하고 싶다는 숙원이 러일전쟁 100주년에 결실을 맺게 돼 감회가 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