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2001년 자본잠식 상태에 있던 대한생명의 예상 이익을 지나치게 낮게 추정해 공적자금을 1조5000억원이나 투입한 뒤 한화그룹에 8236억원에 팔아 ‘헐값 매각’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예보는 이 과정에서 대생의 경영상황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은 채 대생의 경영컨설팅을 맡고 있던 보스턴경영컨설팅그룹(BCG)의 ‘5개년 순이익 추정치’를 그대로 수용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산하 대생 매각소위원회(위원장 어윤대·魚允大)에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이종구(李鍾九·한나라당) 의원은 20일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2001년 5월 11일 예보가 대생에 공적자금 1조5000억원을 투입하기 위한 근거로 제시한 대생의 이익전망치는 BCG로부터 받은 것을 그대로 올린 것”이라며 “BCG는 2001년 대생의 당기순이익을 65억원으로 추산했으나 실제 순이익 규모는 이보다 137배나 많은 8884억원이었다”고 밝혔다.
예보가 BCG의 추산치를 근거로 대생의 이익을 과소평가한 탓에 매각 이전에 경영정상화 차원에서 1조5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한화에 헐값에 팔았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예보의 자료에서 나타난 2001년 대한생명의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65억원으로 대생이 자체적으로 추산한 437억원보다도 적었다”면서 “예보가 경영컨설팅사의 의견을 검증절차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보고서에 올린 것은 ‘헐값에 사가라’고 선전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예보는 당시 보고서에 “대생의 매각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추가 공적자금을 매각 전에 조속하게 일괄 투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같은 해 9월 6일 1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2002년 10월 한화는 대생 지분 51%를 8236억원에 매입하는 본 계약을 체결했다.
이 의원은 “당시 이강환(李康煥) 대생 사장도 2001년 예상이익이 7000억∼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증언했는데도 예보가 이처럼 이익 전망치를 낮춰 잡은 것은 공적자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에 예보측은 “대생의 경영컨설팅 회사인 BCG 전망치를 근거로 이익을 추산했다”고 인정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