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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전망대]김상철/가정을 ‘행복주식회사’로

입력 | 2004-08-30 17:51:00


풍성한 수확으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는 수식어가 붙는 한가위(9월 28일)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도 가장(家長)들의 마음이 즐겁지만은 않다. 이른바 가족을 먹여 살리는 문제가 점점 힘겨워지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 2명을 두고 있는 회사원 L씨. 출근할 때 해맑은 얼굴의 막내딸이 추석빔을 사달라고 조르자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회사에서 ‘인력 감축’ 얘기가 들리는 것으로 볼 때 추석 보너스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L씨는 안다. 그렇다고 아빠 입장에서 자녀와 한 약속을 깰 수도 없다.

지난해 집에서 놀고 있는 동생에 빗대 “너는 서울에 있는 회사 다니니 든든하다”고 했던 아버지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L씨는 고향에 있는 부모와 친지, 처가 등을 찾아뵐 때 빈손으로 갈 수도 없어 고민이다.

최근 한 금융회사의 광고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귀가하는 남편에게 아내가 이 노래(1970년대 후반 여중고교생에게 인기가 많았던 만화영화 ‘캔디’의 주제가)를 부르며 용기를 북돋워주는 내용이다.

이 광고가 히트를 치는 것은 내수침체 영향으로 어려운 일반 가정의 한 단면을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부들은 “이 광고를 보면 남편이 안쓰럽게 느껴져 좋아하는 밑반찬 하나라도 더 사고 싶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려운 살림살이는 금방 좋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월급은 제자리걸음인데 유가와 공공요금 등은 계속 오르고 있다. 세금이 늘고 소비자물가는 4%대(체감물가는 5.8%)까지 치솟아 맘대로 쓸 수 있는 돈은 줄었다.

이런 사정을 반영한 탓인지 반년 뒤의 경기(景氣)와 생활형편 등에 대한 소비자 기대심리는 3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지금의 경기와 생활형편을 반년 전과 비교하는 소비자 평가지수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체감경기가 가시적으로 회복되려면 지금부터 1년 정도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울한 전망에도 ‘내수 회복세가 지속되고 건설경기가 연착륙하면’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다.

하지만 가장이 건강하다면 포기나 체념을 할 수도 없다. 가장의 처진 어깨를 보는 가족의 심정은 오죽할까. 어려워도 가장이 먼저 웃어야 가정이 ‘행복주식회사’가 된다. 가장의 가슴 속에 숨겨둔 희망의 불씨가 꺼지기 전에 정부와 정치권은 경제 살리기에 온힘을 쏟아야 한다. 가장이 굽은 어깨 쭉 펴고 당당하게 생활전선에 나설 수 있게 말이다.

김상철 경제부 차장 sckim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