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과학이 선수들이 쓰는 첨단 장비 개발에만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선수의 기량 향상을 위해 물리학 생리학 심리학 등 여러 학문들이 동원된다.
미국 데이비스 대학 ‘스포츠 생체역학연구소’는 1980년대 초반부터 이미 창던지기 선수들의 동작을 컴퓨터로 분석해 창을 가장 멀리 던질 수 있는 투사 각도와 회전 속도를 알아내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전 미국 창던지기 대표선수인 도나 메이휴는 “88년과 92년 올림픽에 출전할 때 이 시스템으로 기량 향상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이 연구소의 몬트 허버드 소장은 느린 커브볼이 빠른 직구보다 홈런을 치기가 더 좋다는 새로운 이론을 내놓았다. 백스핀이 많을수록 타구의 비거리가 늘어나는데, 커브볼은 톱스핀이 있기 때문에 배트로 때릴 때 직구보다 백스핀이 더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현재 최고의 수영선수로 꼽히는 이언 소프(호주)가 빠른 이유를 분석한 것도 스포츠 역학자들이다. 소프는 무릎 아래만을 빠르게 움직이는 독특한 발차기를 하는데 이 방법이 물 속에서 물체가 앞으로 나아갈 때 생기게 마련인 저항력을 최소화한다는 것을 역학적으로 규명한 것이다.
스포츠 생리학 연구자들은 케냐 선수들이 중장거리에 강한 이유를 생리적인 관점에서 설명해냈다. 케냐 선수들과 다른 선수들을 비교한 결과 케냐 선수들의 근육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운동 시 피로 물질인 젖산이 더 적게 생성된다는 것. 이는 곧 근육 내 같은 양의 산소로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 수 있음을 뜻한다. 자동차로 치면 연비가 좋은 자동차인 셈이다.
선수들의 신체적, 역학적 조건이 같다고 가정할 경우 승부는 심리적인 측면에 좌우된다. 한국 양궁선수들이 예전부터 ‘소음 훈련’을 실시하고, 최근 탁구 대표 선수들도 연습 경기에 가짜 관중을 동원해 실제 대회에서와 비슷한 조건을 만들어 훈련한 것은 스포츠 심리학 연구자들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스포츠 심리학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관중은 선수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쳐 제 실력을 발휘 못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