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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최영해/‘백화점식 감사’의 한계?

입력 | 2004-08-01 19:52:00


“문어발식 감사가 문제의 근본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요즘 감사원이 하는 일을 옆에서 지켜보면 답답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지난해 11월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 취임 이후 정책특감에 진력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정부 부처의 문제점을 샅샅이 훑어 여론의 각광을 받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먼저 김선일(金鮮一)씨 피살사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보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집중 감사를 벌였지만 국회 김선일 국정조사 특위에서 감사원이 밝혀내지 못한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AP통신 기자와 전화통화한 외교통상부 직원의 수가 1명이 아니라 3명이며 주이라크 대사관에서 외교부에 보낸 비밀문서가 존재한다는 내용 등이다.

이를 지켜보면서 수사권도 없는 감사원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덥석 이 사건을 맡았어야 했는지 우선 의문이 든다. 실제 예민한 사안들 가운데 중립적인 조사기관이 마땅치 않다 싶으면 감사원의 몫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백화점식’ 감사가 부실 감사로 이어져 카드 특감 때처럼 피감기관(금감원)의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한다.

감사원은 지난달 30일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국방부간의 총기사용 논란’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양쪽 다 잘못이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은 또 지난달 31일로 활동을 끝낸 2기 의문사위에 “관계법령을 준수하고 업무를 철저히 하라”는 조치를 내렸다. 계약기간이 끝나 집을 비우고 나간 세입자에게 ‘앞으로 방을 깨끗이 사용하라’고 당부하는 격이다.

기자는 감사원이 공직사회의 비리를 파헤쳐 시스템까지 바꿔 나가는 것을 보면서 ‘감사원만 잘해도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일도 있다.

감사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개혁을 하기가 이렇게 힘이 드는지 몰랐다”고 기자에게 하소연한 적이 있다. 감사원이 느끼는 이런 개혁피로가 혹시 ‘백화점식’ 감사 때문이 아닌지 곰곰 따져볼 일이다.

최영해 정치부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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