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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과거사는 묻어두고, 국내 과거사는 캐내고

입력 | 2004-07-22 23:52:00


21일 한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에게 “임기 중 한일간 과거사 문제를 공식 의제나 쟁점으로 제기하지 않겠다”고 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 고위인사들의 잇단 망언(妄言)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교과서 왜곡 등 문제가 잠복한 상황에서 섣불리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국내에서 여권이 과거사 문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시대의 잘못에 대해 서로 다른 잣대를 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은 “밖에서는 제구실을 못하고 집에 들어와서 큰소리치는 ‘구들목’ 장군의 행태”라며 “관계국가의 잘못된 역사적 문제에 대해서는 따질 것은 따지고 내부적으로는 국론을 통합해 힘을 결집하는 것이 국익을 위한 길인데도 노 대통령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도 “이는 노 대통령의 전형적인 이중적 자학적 굴욕적 역사관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일본 과거사를 묻지 않겠다면서 같은 시기에 벌어진 친일행위를 문제 삼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20세기 한일관계를 마무리하고,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공동의 목표로 구축하고 발전시키자”는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인 한국이 과거사를 문제 삼지 않겠다고 강조함으로써 이에 상응하는 일본의 결단을 촉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이후에도 한일간 과거사 문제는 정리되지 않고 있으며 일본 주요 인사들의 망언과 교과서 왜곡 등의 사례가 빈발했기 때문에 정부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일제 만행을 정부가 공식 제기하지 않겠다면 피해자 개개인이 알아서 하란 말이냐. 역사의식의 부재를 넘어 오만하다”고 몰아붙였다.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도 “친일진상규명특별법 개정을 아무리 잘해도 노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발언을 해버리면 일본 식민지 역사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열린우리당과 국민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비판 글이 잇따랐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원은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일본은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내각을 처리했지만 우리는 아직 그 같은 기회를 못 가졌다”면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와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친일 진상규명은 오히려 한일관계의 발전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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