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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룡의 부부클리닉]“가족위해 살았건만 남편이 외도를”

입력 | 2004-07-04 17:22:00


김씨 부인은 전형적인 현모양처 타입이다. 시집온 뒤 15년 넘게 가정과 시댁밖에 모르고 살아왔다. 남편이 회사의 중역이 되고 자식들이 잘 자라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인생도 성공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던 중 남편이 다른 여성과 데이트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다. 남편은 잘못을 인정하고 가정에 신경을 더 썼지만 배신감은 아물지 않았다. 남편을 원망하고 자신을 책망했다. 오랜 가정불화 끝에 부인이 진료실을 찾았다.

부인은 어렸을 때 친정부모가 외도 문제로 다투는 것을 자주 봤다. 그래서 자신은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 했고 욕구와 감정의 표현을 자제했다. 그런데 남편의 외도로 자신의 노력이 허사가 되고 딸 역시 자신과 같은 처지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부인은 필자에게 자신이 얼마나 가정에 헌신하며 살아왔는지 한참 말했다. 자신을 속인 남편에 대한 분노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상담이 더 진행되면서 그는 자신의 헌신이 어쩌면 인정과 칭찬을 받으려는 집착의 다른 얼굴일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자 남편의 반성과 사과를 차츰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치료가 끝난 몇 달 뒤 부부가 함께 진료실을 찾아왔다. 부인은 남편의 외도에 대한 앙금이 완전히 풀렸다고 했다. 남편에 대해 집착하지 않고 ‘동반자’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남편은 자신의 잘못이 부인에게 그렇게 큰 상처가 될 줄 몰랐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찾은 가정의 행복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거란 다짐을 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