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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북스]‘10년 후, 한국’…한국경제, 추락하지 않으려면…

입력 | 2004-06-11 17:17:00


◇10년 후, 한국/공병호 지음/232쪽 1만원 해냄

이름 석자를 회사 브랜드로 만들어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안철수’연구소,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김광수’경제연구소 등의 설립자가 그들이다. ‘공병호’경영연구소의 공병호 소장도 마찬가지다. 공 소장은 30대 나이에 시장경제 논리를 펼치는 전도사 역할을 해 이미 양명(揚名)한 인물. TV토론, 저술, 신문 기고 등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벤처 열풍이 불 때는 벤처회사 대표를 맡기도 했다.

그가 자기 이름을 붙인 연구소를 세우고 저술과 강연 활동에 매달린 지도 몇 년이 흘렀다. 업무의 효율을 위해 집에 칩거하다시피 하며 새벽부터 거의 하루 종일 책읽기와 책쓰기에 몰두한다고 한다. 자신의 아파트가 연구소 사무실이다. 외출은 주로 외부 강연 때나 한다. 그동안 주로 시간활용법, 독서법 등 직장인의 자기계발 분야 책을 썼다.

이와는 성격이 다른 ‘10년 후, 한국’을 집필했다.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40대 중반(1960년생) 지식인으로서 암담한 현실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분연히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책의 부제는 ‘긴급진단, 공병호가 바라본 한국경제의 위기와 전망’이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경제는 10년 뒤엔 추락하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으로 16가지를 들었는데 △주력산업이 흔들린다 △해외로 떠나는 기업들, 사라지는 일자리 △약진하는 진보진영 △악화되는 재정적자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 △비효율적인 교육 등이다.

‘경제의 정치화’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경제 정의의 이름으로, 국민의 이름으로, 형평의 이름으로, 개혁의 이름으로 사회주의화(socialization)의 길을 걸을 것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축소되고 국가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은 확대된다는 것. 정치인들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한다고 약속하지만 립 서비스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들은 생업현장에 선 사람들만큼 절박하지도 않고 주변 변화에 민감하지도 않단다.

10년 후엔 한국 중산층은 지금보다 생활수준이 낮아질 것이고 특히 봉급생활자는 고된 일에 비해 서서히 낮아지는 실질임금에 당황할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미래를 불안해 하는 젊은이들은 정부의 출산장려책에도 불구하고 자녀 낳기를 꺼릴 것이다.

이런 우울한 전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방도 제시했다. 시장경제체제가 지닌 작은 단점을 부풀려 이와 다른 길을 가려는 선동가들의 구호에 국민이 현혹되지 말라는 것이다. 정치인이나 관료들의 명령이 횡행하는 사회보다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지닌 진정한 기업가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것.

개인이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으로는 △스스로 인생을 100% 책임진다는 각오로 행동하라 △예견되는 미래상황에 대비하라 △무지 때문에 이용당하지 말라 △홀로 당당히 맞서라 등을 제시했다.

나라 경제 전체와 개인 살림을 동시에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

고승철기자 che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