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포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남 광양시 진월면 망덕리 한 야산.
소나무와 잡목 천지인 야산의 중턱에 최근 텃밭과 아담한 정원을 갖춘 작은 마을이 들어섰다. 분재를 좋아하는 광양지역 동호인들이 모여 만든 ‘분재 마을’이다.
10∼20년 경력의 분재 애호가 10명이 분재마을 조성에 나선 것은 3년 전.
이들은 분재를 키우면서 그 매력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마을을 만들기로 했다. 또 도심의 아파트나 주택에서는 온도나 습도 등 문제로 분재를 키울 수 없는 점도 한 이유였다.
이들이 부지를 선정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다. 햇볕이 잘 들고 연평균 기온이 18도인 최적지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양지역 곳곳을 답사한 회원들은 전망이 좋고 토양과 기후가 분재를 가꾸기에 적합한 망덕리 뒷산을 부지로 골랐다. 부지 5000평을 구입한 회원들은 터를 닦기에 앞서 산림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청에서 사업설명회를 열고 산림복원 계획서까지 냈다.
2년 여 작업 끝에 정원이 딸린 스틸하우스 5동이 세워지고 텃밭과 공동으로 분재를 키울 수 있는 육묘장이 갖춰지자 회원들은 지난달 입주식을 가졌다.
이들은 분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언제든 찾아와 감상할 수 있도록 소나무, 모과나무, 철쭉, 배롱나무 등 200여점의 분재를 정원 등지에 전시해놓았다. 또 집 주위에 각종 야생화를 심고 작은 분수대도 설치하는 등 쉼터까지 만들었다.
분재마을추진위원회 황성연 회장(44·회사원)은 “마을을 만들기 전 국내 유명 분재원과 대학 등지를 찾아 노하우를 배우는 등 발품을 많이 팔았다”면서 “무엇보다 맑은 공기 속에서 마음 편히 분재를 키울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내년부터 마을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분재교실을 열고 전시회도 개최하는 등 ‘열린 마을’로 가꿔 나가기로 했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