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上海) 진차오(金橋)로의 까르푸 매장 한편에서는 얼마 전 ‘한국 상품 특집전’이 열렸다. 참이슬 소주, 베지밀 B, 하이트 맥주, 아침햇살, 고소미, 샘표 황도, 동서 프리마 등이 가득 쌓여 있는 진열대를 쇼핑객들이 종종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봤다.
주부 천쉐팡(陳雪芳·44)은 “한국 제품을 가끔 사먹는다. 특별히 맛있는 줄은 모르겠지만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연예인으로 시작된 한류(韓流)가 한국 제품에 대한 호감으로 번지고 있다. “한때의 유행일 수 있지만 이를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마케팅”이라는 태평양 서경배(徐慶培) 사장의 말처럼 많은 제조업체들이 한류를 산업적으로 정착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자금력과 유통망에서 힘이 달리는 한국의 중소 제조업체들로선 중국 공략이 쉽지 않다. 한국의 유통업체가 중국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중소 제조업체들은 ‘유통의 날개 아래’ 중국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유통 타고 매출 크게 늘어=밀폐용기 ‘락앤락’으로 유명한 하나코비는 중국 진출 4년째인 올해를 중국 공략의 원년으로 삼았다. 그동안 베이징(北京)과 광저우(廣州)에서 수입업자를 통해 제품을 팔았지만 만족스럽지 않아 올 2월 상하이에 지사를 설립한 것.
김준일 하나코비 회장은 “한국에서 하나코비의 지명도를 알고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유통업체들이 상하이에 있었기에 전략을 짜기가 편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마트 상하이점에서 이틀간 팔린 락앤락의 매출액(1만 위안)은 베이징의 백화점에서 한 달 동안 팔린 액수와 같다. 매장에 모니터를 설치하고 제품의 쓰임새를 보여주거나 도우미가 설명해 주는 등 한국식 마케팅 기법을 도입한 덕분. 동방CJ 홈쇼핑에서는 첫 방송 이후 나흘간 1000세트 이상 팔려 ‘베스트 아이템’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선양(瀋陽)에 공장이 있는 삼보컴퓨터는 수출을 주로 하다가 동방CJ 홈쇼핑을 통해 처음 내수 판매를 시작했다. 삼보컴퓨터의 슬림형 데스크톱은 방송 첫날 준비된 물량이 매진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소업체 진출 밀물=내의를 상하이 이마트에 납품하기로 한 코튼클럽 김보선 사장은 “외국 중소 제조업체가 단독으로 중국에서 제품을 파는 것은 자금 회수나 법적인 문제 때문에 상당히 어렵다”며 “한국 유통업체가 판매망을 넓힐수록 한국 중소기업으로서는 기회가 많아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동방CJ 홈쇼핑을 통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화장품은 한류 스타 김소연을 모델로 택했다. 곧 상하이미디어그룹을 통해 김소연 주연의 드라마 ‘그 햇살이 나에게’가 방영되면 매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송간장은 이마트 매장에서 중국인 입맛에 맞는 요리법을 선보이는 식으로 간장 고추장 마케팅을 강화하기로 했다.
MP3플레이어 제조회사 레인콤은 동방CJ홈쇼핑을 통한 브랜드 노출로 이득을 보고 있다.
상하이=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