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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도 못타보고…” 취업이민 희망자 울리는 알선업체

입력 | 2004-05-25 18:23:00


경기불황과 자녀교육 등을 이유로 미국 취업이민 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사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이민이 무산되고도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당초 계약했던 것과 달리 엉뚱한 곳에 취직되는 사례도 많다.

▽취업이민은 ‘바늘구멍’, 업체만 난립=고학력자나 고액 자산가들이 투자이민을 선호한다면 취업이민은 30, 40대 초반의 2억∼3억원대 재산을 가진 중산층 직장인과 자영업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수수료가 3000만∼4000만원 정도이지만 이른바 ‘3D’ 업종에서 1∼2년만 일하면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

지난해 미국 취업이민자 수는 4300여명. 2000년 한때 8300여명까지 치솟았다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나 현지의 취업이민 문이 좁아진 것일 뿐 희망자는 늘어 이민 알선업체들은 오히려 호황이다. 이들은 대개 ‘××이주공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A이주공사 관계자는 “미국 비숙련공 취업이민 상담이 몇 년 전만 해도 한 달에 5, 6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부터는 40여명으로 폭증했다”고 말했다.

업체 수도 1999년 이민 알선업체 설립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이후 난립하기 시작했다. B이주공사의 한 직원은 “현재 전국적으로 80여개 업체가 난립해 있으나 그중 제대로 돌아가는 데는 15군데 정도 될 것”이라며 “취업이민 희망자들이 상대적으로 학력이 낮고, 영어도 서툴러 이들 업체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당국의 관리감독은 엉망=사정이 이런데도 업체들에 대한 당국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5일 오전 서울 강남의 C이주공사 사무실. 이 업체는 피해고객을 위한 손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외교통상부로부터 4월 26일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으나 직원들이 고객들과 상담하느라 분주했다.

가장 많은 피해사례는 미국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보다 훨씬 많은 신청자를 모집하는 것. 98년 12월 이민신청을 했던 A씨는 “99년 7월 노동허가가 나왔는데도 업체가 다른 여러 명에게 웃돈을 받고 노동허가를 재판매하는 바람에 이민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김모씨(44) 등 13명은 D이주공사가 당초 약속했던 업소와 다른 곳에 취업을 알선한 혐의(사기 등)로 최근 이 회사 대표를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명지대 박화서(朴花緖·이민학과) 교수는 “한국 이민자에 대한 미국의 조사가 시작될 경우 국제망신을 당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가 구제받을 길이 없다”며 “호주나 캐나다처럼 업체 인증제를 도입하고 별도의 관리감독기구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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