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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참수 배후 자카위…그가 가는 길엔 죽음뿐

입력 | 2004-05-13 19:10:00


▽테러리스트에서 종교지도자로 격상?=이라크 이슬람 무장단체 ‘알 안사르’의 인터넷 웹사이트는 11일 숨진 버그씨 뒤에서 검은 복면을 쓰고 있던 5명 중 버그씨를 직접 참수한 사람이 자카위라고 주장했다.

살해 장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에도 ‘셰이흐 아부 무사위 알 자카위가 미국인 이교도를 몸소 살해하다’란 자막과 함께 자카위의 서명이 있었다.

미 당국은 자카위의 이름 앞에 붙은 ‘셰이흐’란 단어에 주목하고 있다.

이 호칭은 이슬람 사회에서 종교지도자에게 존경의 표시로 사용하는 말로 지금까지 자카위에게는 붙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 카에다는 물론 알 안사르 등 이슬람 무장단체들과 우호관계를 맺어온 자카위가 이라크 내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살해된 버그씨가 유대인이란 점도 자카위 범행설을 뒷받침한다. 2000년 말 아프가니스탄에서 독자세력인 ‘헤라트그룹’을 이끌기 시작한 자카위는 ‘무하나드’라는 암호명으로 해외 조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독일 내 유대인들에 대한 공격을 지시할 정도로 유대인을 ‘주적’으로 삼아왔다.

▽이라크 주요 테러 지휘=자카위는 미국의 체포 작전을 피해 숨어 지내는 빈 라덴과 달리 최근 이라크에서 각종 테러 공격을 배후조종하고 있다. 5주 전에는 팔루자 수니파 이슬람 전사들에게 “점령자의 발밑에 있는 땅을 불태우라”고 성전을 촉구했다.

3월 2일 17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카르발라와 바그다드 테러사건의 용의자도 자카위다. 폴 브리머 미군정 최고행정관은 “자카위가 이라크 내 종파간 폭력을 유발하기 위해 시아파 남녀와 어린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미군이 입수한 자카위의 편지에는 이라크 저항세력이 싸워야 할 주적으로 △이라크 경찰 △쿠르드족 △시아파 △미군 등을 적시하고 있다.

미군은 지난해 8월 나자프의 시아파 이슬람사원과 바그다드 유엔사무소 폭탄테러, 나시리야 경찰서 습격 등 최소 10건의 대형 테러사건의 배후로 자카위를 지목했다.

그에게 걸린 현상금은 1000만달러(약 118억원).

자카위는 2002년 미 외교관 로렌스 폴리 살해를 주도한 혐의로 요르단의 궐석재판에서 사형이 선고된 상태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