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수준이 아니라 취향의 문제이거든요. 그런데도 ‘뽕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클래식 이야기만 나오면 기가 죽어요. 다양한 문화현상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가겠습니다.”
인터넷 패러디 신문 ‘딴지일보’의 ‘총수’ 김어준씨(36·사진)가 10일부터 CBS 라디오의 생방송 문화프로그램 ‘저공비행’(FM 98.1 월∼토 오후3:05)을 진행한다. 대중문화와 일반문화, 스포츠까지 아우르는 종합 문화정보프로그램이다. ‘저공비행’은 ‘대중에 가깝게 낮게 날겠다’는 뜻에서 지은 이름. ‘김어준식’ 표현을 빌리자면 “(문화에 대해) 쪽팔리지 않고 살게 해주마”가 기획 취지다.
‘저공비행’은 요일별로 특화된 코너를 편성했다. 월요일엔 영화제, 포도주, 프로축구 등에 대해 ‘창피당하지 않기 위해 알아둬야 할 최소한의 지식’을 배우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진행한다. 수요일은 영화의 명장면을 모티브로 풀어가는 ‘셀 위 댄스’다. ‘라스트 사무라이’에서 처럼 말 타면서 활 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곳, ‘더티 댄싱’의 남자 주인공처럼 여자를 번쩍 들어올리기 위해 팔 힘 기르는 법 등을 알려준다.
김씨의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나는 코너는 토요일 노컷으로 진행되는 토크쇼 ‘이 산이 아닌가봐’다. 김씨를 비롯해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조유식 대표와 가수 이상은이 일정한 방향 없이 이야기 흘러가는 대로 좌담을 나눈다.
기성세대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독설로 이름난 김씨를 진행자로 기용한데 대해 CBS 허미숙 편성국장은 “생각보다 반듯한 사람이다. 횡재한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정작 김씨는 농담 투로 “CBS가 걱정된다”면서도 “심의문제로 고민이 많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자기검열을 많이 하지 않겠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제가 몰상식한 사람은 아니거든요. 가장 걱정되는 것은 재미없다는 말을 듣는 거예요.”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