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어제 회담에서 ‘새로운 정치와 경제발전을 위한 대표 협약’을 체결했다. 민생 경제부터 챙기고, 부패는 근절하며, 국회는 원칙에 따라 운영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두 대표가 총선 앙금을 씻고 상생(相生) 정치의 새 틀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한 것만으로도 국민에게 힘이 될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이런 회담이 있었지만 합의사항들이 제대로 지켜진 적이 거의 없다. 두 대표도 이를 우려해 전례 없이 ‘합의’ 대신 구속력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협약’이란 표현까지 썼다고 한다. 실천에 왕도는 없다. 총선 민의(民意)를 늘 되새기면서 상호 이해와 양보를 통해 구체적인 현안들을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역시 쉬운 것부터 해야 한다. 비(非)이념적, 비정치적인 사안들을 논의해 가다 보면 성과도 있고 차츰 신뢰도 생기게 마련이다. 두 대표의 열의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약’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지적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협약’에 따라 신설될 국회 특별위원회와 기구만도 많게는 10여개에 이를 전망이다.
두 당 지도부나 의원들도 모두 도와야 한다. 사적(私的)인 이해관계나 입각 경쟁, 지도체제 개편을 둘러싼 당 내부 문제가 두 사람의 발목을 잡도록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새 총리 인준이 개원 국회의 대결적 이슈가 되지 않도록 서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신뢰와 인내다. 이번 회담이 신뢰와 상생으로 가는 작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그것은 3김 이후 우리 정치의 새 패러다임을 짤 수 있는 새롭고 강력한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