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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룡의 부부클리닉]"말 안해도 내 마음 알겠지?"

입력 | 2004-05-02 17:30:00


첫 아이를 임신한 신혼부부가 상담을 의뢰해왔다.

부인은 입덧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부인은 어느 날 남편이 퇴근할 무렵 전화를 걸어 “빨리 퇴근해 설거지 좀 해 줘”라고 말했다.

집에 들어온 남편은 “그렇게 힘들면 파출부를 불러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부인은 남편의 그 말이 그렇게 냉정하게 들릴 수가 없었다. 부인은 ‘이렇게 냉정한 사람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이혼을 요구했다.

남편의 입장은 이랬다.

“아내가 입덧을 시작한 뒤 아침식사 준비를 해주지 않았어요. 자꾸 불만이 쌓이더군요. 그런데 최근에는 회사에서 업무까지 바뀌었어요.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져 있는데 그런 전화를 받아 퉁명스러워진 것 같습니다.”

부인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사실 설거지 때문에 전화한 것은 아닙니다. 평소 남편에게 잘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그날 둘이서 모처럼 만에 편안한 시간을 가지려고 전화한 거죠. 그런데 남편은 제 마음을 몰라줄 뿐 아니라 너무 기계적이었어요.”

이들처럼 ‘사랑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부부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자신의 기대와 다른 반응을 배우자가 보이면 ‘저 사람이 변했다’라고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이후에는 모든 것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결국 더 많은 오해와 갈등이 쌓이게 된다. 이를 ‘독심술적 판단’이라고 한다.

물론 표현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게 역효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 바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가 된다.

이 부부는 몇 차례의 상담과 치료를 통해 상대방의 의도를 이해하게 됐다.

신경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