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비리 직권남용 등에 관련된 자치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소환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주민소환조례안이 29일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에서 각각 통과됐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소환조례안이 마련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근거 규정을 둔 상위법이 없는 데다 조례안 공포권을 가진 단체장들이 난색을 표시하고 있어 이 제도가 실제 도입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시의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를 열고 ‘광주시 공직자 소환에 관한 조례안’을 19명 의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또 전남도의회도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전남도 공직자 소환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들 조례안은 시장 도지사의 경우 선거인(유권자) 총수의 10% 이상, 시도의원은 선거구 선거인 총수의 20% 이상이 각각 동의(연서)할 경우 소환절차를 시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어 소환 요구가 성립된 날로부터 ‘60일 후 80일 전’에 소환투표를 실시, 투표자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해당 공직자는 직을 잃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광주시는 “현행 법령에 근거 규정이 없고, 지방자치법상 명시된 퇴직사유를 제외하고는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임기를 보장하는 조항과 상충되기 때문에 주민소환제 도입 여부는 조례로 규율할 사항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공식으로 밝혔다.
이에 대해 광주시의회 김선옥(金善玉) 행정자치위원장은 “상위법에 저촉되기는 하지만 지방분권특별법 제14조에 주민소환제도 도입 방안을 규정하고 있어 주민소환 관련 법령을 조속히 제정하도록 촉구하는 선언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 송상락(宋庠烙) 자치행정과장은 “지방자치법상 공포권을 가진 단체장이 곧바로 재의를 요구할 수도 있으나 이 사안의 경우 행정자치부의 승인 절차를 거쳐 재의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혀 현 단계에서 이 조례의 공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단체장이 재의를 요구해 시도의회가 조례안을 재가결할 경우 시도는 대법원에 법령 위반 혐의로 제소하게 된다. 대법원이 ‘법령 위반’을 판결하면 해당 조례안은 자동 폐기된다.
광주=김권기자 goqu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