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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 사퇴카드’ 得일까 失일까

입력 | 2004-04-12 23:26:00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이 12일 밤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직 사퇴를 발표하는 동안 남궁석 의원, 박영선 선대위 대변인, 김명자 신기남 공동선대본부장(앞줄 왼쪽부터) 등 당직자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선대위원장 및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한 것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지지율 반전을 위해 던진 마지막 승부수다. 총선이 사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자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반전 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왜 사퇴했나=‘노인 폄훼 발언’과 ‘박근혜(朴槿惠) 바람’이 어우러진 역풍에 정 의장은 각종 노인관련 공약을 내놓으며 노인들의 노기(怒氣)를 달랬다. 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여야 대표회담을 제안하며 탄핵 불씨 살리기에도 주력했다. 하지만 지지율은 좀처럼 상승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여기에 문성근(文盛瑾)씨 등이 제기한 ‘분당론’ 파문까지 겹쳐 당 정체성에 대한 비판도 거세졌다. 또 일부 대구 경북 총선 후보들은 “정 의장의 노인 폄훼 발언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가 없다”며 정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결국 내우외환의 상황 속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제1당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정 의장의 결단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민병두(閔丙斗) 총선기획단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5일간 한나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10% 이내로 들어오는 등 우리당의 하락세가 가시화되면서 과반수는 물론 제1당 가능성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당내 소장파인 김부겸(金富謙) 의원 등 6명이 이날 국회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간 것도 위기에 처한 당의 회생을 위해 ‘특단의 카드’가 필요하다는 이심전심의 교감의 결과였다.

▽사퇴 효과는=전격적인 사퇴 카드는 먼저 친노(親盧) 세력을 최대한 결집하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40대 등 부동층을 일정부분 끌어들이는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나라당과 박빙의 경합을 벌이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 유권자들에게 “한나라당을 1당으로 만들어줄 것이냐”며 탄핵 심판론을 다시 점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당내에서는 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선거를 코앞에 두고 당의 사령탑이 모든 것을 던지는 게 과연 얼마나 어필할 수 있겠느냐. 이미 실기했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불확실성만 증폭시켜 유권자들의 신뢰감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 유시민(柳時敏)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의장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며 사퇴를 만류했다. 이와 함께 당이 탄핵안 가결 이후 ‘탄핵 우산’ 속에 안이하게 머물다가 이런 상황을 자초했다는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각 당 반응=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사퇴 카드에 긴장하면서도 일단 겉으로는 “남의 당 일”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세일(朴世逸) 공동선대위원장과 윤여준(尹汝雋) 선대위 상임부본부장 등 한나라당 선대위 관계자들은 이날 밤 긴급 회동을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였다.

윤 부본부장은 “예상됐던 일이다. 내부적으로 사퇴압력을 받지 않았느냐”며 “탄핵 불씨를 살리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는 안 될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민주당 장전형(張全亨) 선대위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 의장의 노인비하 발언은 개인적인 실언이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분열주의가 빚어낸 집단적 오만의 산물이다”고 비난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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