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전이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혼탁선거의 유령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근거 없는 폭로와 비방, 금품 살포 등 우리 선거의 고질(痼疾)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깨끗한 선거를 바라는 국민적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고, 새 선거관련법도 예전에 비해 한층 엄격해진 마당에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다.
한 열린우리당 후보의 발언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스위스은행에 예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밀자금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전달됐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비공식적인 언급이라고는 하지만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상대 당에 타격을 주려는 무책임한 발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선대본부장이 열린우리당이 수백억원의 검은돈을 조성한 정보가 있다고 한 발언도 마찬가지다.
특정 단체 회원들이 벚꽃축제 현장에서 정부 비방 유인물을 나눠 주고 서명운동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는 등 전국 곳곳에서 비방 유인물도 나돌고 있다. 인터넷 공간은 비방과 흑색선전으로 ‘무법천지’다.
여기에다 선거구민에게 돈을 돌리던 후보를 지역 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하는 등 돈 선거 사례도 늘고 있다. 정당 대표나 후보의 개인 유세장에 금품을 통한 조직 동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고발도 접수되고 있다. 대규모의 돈이 들어가는 청중 동원을 없앤다며 합동·정당연설회를 폐지한 새 선거법의 취지가 무색하다.
혼탁 선거 주범들이 또 다시 국회에 들어간다면 정치는 결코 달라질 수 없다. 유권자는 올바른 판단과 투표를 통해 이들이 선거에서 덕을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무책임한 폭로나 금품 제공이 더는 선거에서 통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국민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