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는 17대 국회의원 선거 D-20일인 26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홍보 벽보를 점검하는 등 선거 준비에 바쁜 하루를 보냈다. -연합
《4·15 총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탄핵의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전국의 선거현장에서는 인물과 지역현안은 실종됐고, 각 정당 지역 시도지부의 기능도 올스톱 상태다.》
▽‘중앙당에 목 맨다’=한나라당 부산지역 후보자 14명은 최근 부산시 당사무실에서 총선관련 대책회의를 가졌으나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이미지에 맞게 선거운동을 하자”는 데 합의했을 뿐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26일 부산 중구 중앙공원에서 열린 지역공천자들의 첫 행사인 충혼탑 참배에서도 참가자들은 “박 대표와 함께 모든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대시민 호소문을 채택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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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의 수혜자인 열린우리당 부산 후보들도 뭘 해야 할지 고민하기는 마찬가지.
이들은 제주와 경쟁 중인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유치에 대해 ‘사실상 부산 확정’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정작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공정하게 객관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중앙당을 향한 후보자들의 ‘해바라기’ 행보도 특징이다. 경기 지역에 출마한 한나라당 신인 J 후보는 요즘 지역구보다 박 대표 곁을 지키는 시간이 훨씬 많다.
지역구에서 아무리 명함을 돌려도 유권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자 차라리 언론에 자주 나오는 박 대표 옆에 있다가 TV나 신문에 나올 기회를 엿보고 있다.
또 제주 서귀포-남제주 출마예정자였던 민주당 고진부(高珍富) 의원은 26일 “탄핵정국 이후 모든 정치세력들을 ‘탄핵 찬성’이냐 ‘탄핵 반대’냐의 대결구도로 몰고 가는 상황 속에서 의정활동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역 현안이 사라졌다=울산지역 최대 현안인 국립대 설립 문제도 탄핵 회오리에 파묻혀 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등 대부분의 정당과 예비후보들은 국립대 유치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좀처럼 이슈화가 되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 울산시지부 선거대책본부 송철호(宋哲鎬) 공동위원장은 “탄핵정국에서 국립대 설립이 지지부진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약속했기 때문에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 국립대에 대해 거론하는 것은 총선용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울산시당 관계자도 “이번 총선의 TV토론에서 대통령 탄핵의 당위성을 홍보하는데도 여력이 없을 정도여서 지역 문제를 제대로 쟁점화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부산시지부는 17대 총선 분위기가 탄핵 찬반, 친노(親盧) 대 반노(反盧) 식의 정쟁구도를 벗어나지 못하자 26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 정책선거를 촉구했다.
▽‘그래도 뛴다’=부산 연제구의 한나라당 김희정(金姬廷) 후보는 운동원들이 집에 있는 파란색 잠바나 스카프, 티셔츠 등 파란 옷을 있는 대로 입고 나와 ‘노란(열린우리당 상징색) 황사를 정리하고 파란 하늘을 봅시다’라고 외치고 다닌다.
서울 강북갑의 열린우리당 오영식(吳泳食) 후보는 명함 뒷면에 실종된 어린이의 사진과 특징 등을 넣어 돌리는 ‘어린이 찾아주기 캠페인’을 벌이며 인물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인천 계양을의 민주당 정창교(鄭彰敎) 후보는 탄핵 정국에 묻혀 버린 ‘부정부패 추방, 깨끗한 선거’ 이슈를 유권자들에게 상기시키는 차원에서 선거사무실 안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24시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있다. 정 후보는 “‘유권자가 직접 내 선거운동을 감시해 달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묻히는 무소속 거물들=과거 같으면 출마 자체만으로도 주목을 받았을 무소속 거물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유일한 무기인 ‘인물론’이 탄핵 정국 속에서 빛을 잃고 있기 때문.
현재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주요 인사로는 장세동(張世東·서울 서초을) 전 안기부장, 박찬종(朴燦鍾·부산 서) 전 의원, 박철언(朴哲彦·대구 수성갑) 전 의원, 허화평(許和平·경북 포항북) 전 의원, 김우석(金佑錫·경남 진해) 전 내무부장관, 이의익(李義翊·대구 북갑) 전 대구시장 등. 전두환(全斗煥) 정권의 실세였던 장 전 안기부장은 12일 선관위에 예비후보등록을 한 뒤 서초동에 선거사무소를 개설,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섰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사회2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