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TV에 복귀하는 탤런트 채시라. 그는 “내 나이에 맞는 중년의 아줌마 연기로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김동주기자
“벌써 20년이에요? 기분 상으로는 딱 10년 같은데…”
주부 탤런트 채시라(36). 그는 20일 첫 방영되는 KBS2 주말극 ‘애정의 조건’(극본 문영남·밤 8시)에서 이혼녀 ‘금파’ 역으로 1여년만에 복귀한다. 본인은 ‘아줌마’ 호칭에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남편(가수 김태욱)의 사무실에서 만난 그의 미모는 여전했다.
그는 올해 탤런트 경력 20년째다. 1983년 청소년지 표지모델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해 85년 KBS ‘고교생 일기’에서 탤런트로 데뷔했다. 이후 MBC ‘여명의 눈동자’(91∼92년), ‘서울의 달’(94년), ‘아들의 여자’(94∼95년), KBS1 ‘왕과 비’(1998∼2000년) 등에서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이며 정상을 달렸다. 그러나 MBC ‘맹가네 전성시대’(2002∼2003년)는 신통치 않았다.
“작가, 연출가, 배우가 삼위일체를 못 이뤄 캐릭터가 꽃피지 못했어요. 연륜이 쌓일수록 작품도 까다롭게 선정해야 한다는 점을 실감했어요.”
자기관리에 까다로운 이미지 때문에 그에 대한 평판은 호불호가 엇갈린다. 그는 “남편도 (내가) 똑 부러지고 야무지게 보여 어떤 이들에게는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애정의 조건’의 김종창 PD는 그런 그에게 ‘남자들이 마누라 같이 느낄 수 있는 연기’를 주문했다.
“그 말에 ‘필’이 왔어요. 편안한 주부가 현재의 나에게 가장 자연스럽지 않아요?”
그는 “후배 연예인들은 한번 ‘뜨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겸손해야 한다”며 “내 이름과 배우 집단 전체에 대한 부담 때문에 늘 주의를 기울인다”고 말했다.
광고를 통해 ‘프로는 아름답다’는 말을 유행시킨 채시라는 연기생활 20여년간 프로다운 변신을 마다하지 않았다.
MBC ‘여명의 눈동자’에서 태평양전쟁과 해방 후 혼란에 휘말린 ‘여옥’으로, ‘서울의 달’에서는 억척 서민 여성으로 연기의 외연을 넓혔다. 그는 그해 MBC 연기대상을 받기도 했다.
“‘여명…’은 김종학 PD의 도움이 컸지만, ‘서울의 달’에서의 ‘영숙’은 제가 살을 붙인 캐릭터여서 특히 기뻤어요.”
그는 또 ‘아들의 여자’에서 뇌쇄적인 배꼽춤을 추며 ‘스캔들’에 가까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그 장면을 찍을 때 내 속에 있던 배우의 ‘끼’가 송두리째 발동했다”고 말했다. 이후 KBS1 ‘왕과 비’에서 ‘인수대비’ 역을 맡으면서 연기가 무르익었다는 평을 들었다.
“매우 중요한 이야기인데요, 내가 이만큼 클 수 있었던 건 칭찬 덕분입니다. 칭찬이 나를 더 연구하고 발전하게 했어요.”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