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의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이라도 내야 하는 것 아니냐.”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충돌로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안 통과가 끝내 무산되자 정치 신인들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총선이 42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현행 선거법에 손발이 묶여 기본적인 홍보 활동에도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신인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것은 명함을 마음 놓고 돌릴 수 없는 점. 개정안은 선거일 120일 전부터 전·현직을 기입한 명함을 돌릴 수 있도록 돼 있지만 현 선거법 아래서는 현직만을 기입한 명함을 유권자와 주고받는 형식으로만 건넬 수 있다. 개정안은 또 인쇄 홍보물도 2만부 내에서 가정에 발송할 수 있게 했으나 현재는 불법이다.
경기 광명에서 한나라당 전재희(全在姬) 의원과의 맞대결을 준비 중인 열린우리당 양기대(梁基大) 부대변인은 개정안 통과 시점에 맞춰 새로 디자인한 명함 1만여장과 인쇄물 2만여장이 쌓인 창고만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개정안이 공포되면 본격적으로 얼굴 알리기 프로그램을 가동하려 했는데 현역 의원들이 공정한 게임을 할 기회조차 마련해 주지 않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
서울 마포을에서 경선을 앞두고 있는 민주당 유용화(劉容和) 후보는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상가 지역을 돌며 명함을 돌리는 것은 불법”이라는 통보를 받고 “그럼 앉아서 얼굴을 알리란 말이냐”고 반박했다고 한다. 서울 강서을 경선을 준비 중인 같은 당의 김철근(金哲根) 국회정책연구위원은 “홍보기획사와 인쇄물 제작 계약까지 마쳤는데 생돈을 날리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 부산진을에 출마할 예정인 한나라당 황준동(黃俊東) 대표 특보는 “현역 의원들이 무시로 의정보고서를 뿌리는 것에 대비해 인터넷 웹진을 준비했는데 아직 개설할 수도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개정안은 국회의원 예비 후보자에게도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 모금을 허용하고 있으나 이 역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양 부대변인은 “출마 소식을 듣고 소액이나마 돕겠다는 지인들이 ‘언제 선거법이 통과되느냐’고 묻기도 한다”며 “정치 자금 투명화를 위해서라도 빨리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