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분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에서 20일 당원들간에 주먹다짐까지 벌어졌다. 민주당 인천 계양지구당의 한 당원(왼쪽)이 당내 개혁과 관련한 기자회견에 반대하는 당원을 때리려 하고 있다. -연합
민주당의 지지율이 10%를 밑도는 상황에서 호남 중진그룹과 소장개혁파간의 공천 갈등마저 겹쳐 심각한 내분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가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지도부 쇄신을 요구하는 비판세력의 목소리를 수렴할 대안적 리더십도 없어 위기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통제력 상실 조짐=20일 열린 긴급 상임중앙위원 간담회에서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공천혁명’을 주장하며 호남중진과 당 지도부를 비판했던 추미애(秋美愛) 상임중앙위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추 위원이 ‘정통모임’과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출신 중진들에 대한 공천배제를 요구하며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한 데 발끈한 것.
조 대표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추 위원을 겨냥해 “자기가 몸담고 있는 당을 격하하는 것은 자학행위이며 분파주의다. 추 위원 성명에 당원 대다수가 동의한다면 바로 물러 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장성민(張誠珉) 청년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의원 석방동의안 가결과 전과·부패 경력 후보들을 무더기 공천한 책임을 물어 유용태(劉容泰) 원내대표와 강운태(姜雲太) 사무총장의 즉각 사퇴를 거듭 촉구하는 등 추 위원의 쇄신론을 뒷받침했다.
소장개혁파들의 요구는 “조 대표는 대구출마 현장을 누비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쓴소리’로 견제하고, 공천과 총선 전략은 조기에 선대위를 띄워 추 위원 등 기득권에서 자유로운 인사들이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는 개혁 정체성 회복과 선대위 조기발족을 요구하는 소장개혁파들을 지지하는 당원과 이들을 ‘당을 깨려는 사람들’로 비난하는 당원간에 주먹다짐까지 벌어졌다.
▽대안부재와 각개약진=물론 공천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강 총장과 ‘한-민 공조’ 원내 전략구사 때문에 비난을 받고 있는 유 원내대표가 소장개혁파들의 1차 공격대상이다. 문제는 지도부의 방향성과 리더십 부재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고 있는데도 이를 수렴할 ‘대안’이 없다는 것.
소장개혁파들이 선대위의 간판으로 내세우려 하고 있는 추 위원부터가 ‘개인플레이’에만 의존하는 듯한 움직임이다. 그래서 당내 일각에서는 “목표가 다른 곳(탈당)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상황 타개를 위해 설훈(薛勳) 송훈석(宋勳錫) 조성준(趙誠俊) 박인상(朴仁相) 의원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초재선 의원들은 조만간 지도부 쇄신과 선대위 조기 발족을 요구하는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출마희망자 당료 네티즌 등 30여명도 금명간 집단행동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 핵심당직자는 “조 대표의 방관 속에 강 총장은 자기 사람 심기에 정신이 없고, 김경재(金景梓) 김영환(金榮煥) 상임중앙위원은 이미지 관리에만 신경을 쓰고 있어 당 저변의 위기의식이 구체적인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당직자들은 특히 10%대 이하로 떨어진 당 지지도를 들며 “‘한나라당 주적론’과 ‘노무현 주적론’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민주노동당보다도 지지도가 떨어지고 적잖은 수의 이탈 또는 불출마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걱정까지 나온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