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씨가 ‘왜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았는지’를 놓고 검찰과 공방을 벌였다. 지난해 12월 12일 안씨의 검찰 소환 당시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기업인들에게) 돈을 받을 때 나는 ‘향토 장학금’을 받는 기분이었다.”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安熙正)씨는 기업들로부터 ‘왜’ 돈을 받았는지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지난해 3월과 8월 태광실업 박연차(朴淵次) 회장과 부산지역 중견 건설업체인 B사 대표 권모씨로부터 2억원씩 모두 4억원을 받은 혐의로 이달 초 추가 기소됐다.
형사합의23부(김병운·金秉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안씨는 “주는 사람은 내게 무슨 영향력을 기대했는지 모르지만 한순간도 거래를 통해 후원금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박 회장과 권씨 모두 나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돈을 준 것일 뿐 청탁이나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또 “2002년 12월 노 대통령이 당선되기까지 나는 어린아이였다. 하지만 당선 이후에는 어머니에게 함부로 안기면 (어머니가) 자빠질 장정이 됐다”며 “그때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고 뒤늦은 후회(?)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로 드러나고 있는 안씨의 범죄 행태는 이런 해명이나 후회를 무색케 하고 있다. 검찰이 지금까지 밝힌 안씨의 불법 정치자금 모금액은 45억여원. 검찰이 안씨가 3개 기업에서 추가로 10억원대의 불법 자금을 모은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인 것까지 감안하면 안씨의 불법 모금액은 55억원으로, 노 캠프 불법 대선자금(103억원)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안씨는 특히 불법 모금한 자금의 일부를 자신의 아파트 중도금 등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한 혐의까지 드러난 상태다. 그는 또 나라종금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던 작년 8월에도 B사에서 2억원을 받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씨가 “강금원(姜錦遠) 창신섬유 회장에게 맡겼던 돈을 일부 빌렸다가 갚은 것”이라거나 “순수한 정치자금이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은 그가 내세웠던 ‘386세대 정치개혁’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많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