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일본에서 ‘워터보이즈(Water Boys)’라는 TV 드라마가 방영됐다. 한국에서도 상영됐던 동명 영화의 속편으로 제작된 드라마다.
고교 1학년인 주인공은 학교 축제에서 남성 수중발레(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공연을 보고 매료돼 수영부에 가입한다. 갖가지 어려움을 이겨내고 졸업반이 돼서야 간신히 공연 기회를 잡지만, 이마저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그는 불굴의 의지와 친구들의 도움으로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을 멋지게 마무리한다는 내용이다.
필자는 3년 전부터 한국에 와서 대학생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학생들의 진지한 학습태도를 보면서 이들이 설계할 한국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한국의 대다수 대학생에게 아주 큰 문제점이 있음을 알게 됐다. 바로 자신만의 개성이나 인생의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을 위해 대학에 왔는가’ 또는 ‘꿈이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져 보면, 한결같이 개성 없는, 비슷한 답변이 나온다. 학생들 스스로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며,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정말 세상에 태어나 하고 싶은 일이 그 나이가 될 때까지 아무것도 없는 걸까. 혹독한 입시 현실을 이겨내다 보니 자신을 모르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들의 모습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필자 또한 한국보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본의 입시를 거쳐 대학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지만, 대학은 마땅히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좋아하는 일을 자발적으로 배우고 다양하게 사고하는 방법을 익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좋아하거나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신입생 시절부터 그냥 남들 하는 대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물론 소수 학생들의 얘기겠지만, 대학생이라면 마땅히 자신의 현재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에게 진정 필요한 일에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드라마 ‘워터보이즈’에서 한 어른이 주인공에게 “일시적인 감정으로 공연을 진행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공연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주인공은 “고교 3학년 여름은 단 한 번밖에 없다”면서 “다가오는 미래도 중요하겠지만 지금이 중요하다”고 반론한다.
대학 신입생 시절의 여름이나 졸업반이 갖는 마지막 겨울이나 똑같이 일생에서 딱 한 번밖에 없는 시기다. 지금 이 시간에만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하는 것이야말로 젊음을 가장 값지게 보내는 길이 아닐까.
한국의 학생들이 스스로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저돌적으로 밀어붙였으면 한다. 그러면 더욱 멋진 대학생활과 미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미쓰야스 세이시로 한신대 교수·일본지역학과
:약력:
1971년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나 니혼(日本)대 일본문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일본농업대 부속고 교사로 재직했다. 2000년부터 한신대에서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