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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늘리기 대책]전직관료의 총선선심정책 고백

입력 | 2004-02-08 18:52:00


“2000년 4월 초였습니다. 청와대로부터 ‘추가 공적자금 조성은 없다고 발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죠. 총선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이어서 거스를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4·13 총선’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으로 일했던 이종구(李鍾九) 금융감독원 감사. 그는 4년 전 총선을 앞두고 ‘공적자금의 추가 조성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자료를 만들어야 했다.

재경부는 이 자료에서 “일부 부실 금융기관이 공적자금을 추가 투입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이는 자신의 잘못을 국민의 혈세(血稅)로 막으려는 것”이라며 ‘공적자금 추가조성’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했다.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에서 일했던 사람의 대부분은 현실적으로 공적자금 추가 조성이 불가피하다고 느끼고 있었죠. 하지만 정권에서는 여당의 득표(得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았습니다.”

재경부의 발표는 총선이 끝나고 불과 다섯달 만에 뒤집어졌다. 9월경 “올해 안에 최소 10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추가 조성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 물론 비난이 쏟아졌다.

이 감사는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선심성 정책이나 정권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 같은 정책은 겉보기에 그럴 듯하지만 결국에는 시장 참여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서울시와 내무부(현 행정자치부) 등에서 일했던 한나라당 허태열(許泰烈) 의원은 “과거 내무부에 있으면서 목격했던 선심성 정책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고 회고했다.

“선거를 앞두고 시군구 차원에서 도로를 넓히거나 토지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등의 민생 관련 정책을 앞 다퉈 내놓았습니다. 예산도 없으면서 주민들 불러놓고 ‘사기 기공식’까지 하는 사례도 있었죠.” 그는 “과거에는 그나마 주로 시군구 단위에서 진행됐으나 요즘은 중앙정부가 ‘공수표’를 남발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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