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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미국 돌아가는 프로농구 최장수용병 맥도웰

입력 | 2004-01-20 16:22:00


“한국은 제2의 고향입니다. 7년 동안 성원해 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 용병의 퇴장은 쓸쓸했다.

프로농구 최장수 외국인선수 조니 맥도웰(33·사진). 지난주 소속팀 모비스에서 퇴출된 맥도웰을 출국 하루 전인 18일 서울 이태원에서 만났다. 올겨울 들어 가장 많은 눈이 내린 이날 맥도웰의 어디에서도 코트를 호령하던 활기찬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축 처진 어깨에 굳은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는 “내가 사는 (미국) 남부 애틀랜타에선 5년에 한 번 정도 눈을 볼 수 있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원 없이 눈을 맞고 싶다”고 말했다.

97∼98시즌 현대(현 KCC)와 처음 계약한 맥도웰은 7시즌 연속 뛰며 3시즌 연속 용병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던 특급 용병 출신. 현대 시절 2차례 우승반지를 끼었고 통산 7746점으로 최다득점 1위에, 리바운드도 1위(4197개). 하지만 올 시즌 초반부터 교체론에 시달리다 결국 시즌 도중 가방을 쌌다.

“출전시간이 줄어들면서 감정이 상했습니다. 구단측에 이럴 바에는 차라리 집에 돌아가겠다고 했는데 그게 실수였습니다.”

무엇이 그를 불명예 퇴진에 이르게 했을까. 맥도웰이 처음 한국에서 뛸 때만 해도 국내선수들의 용병 적응력이 떨어졌고 수비 전술도 다양하지 않아 마음껏 코트를 휘젓고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지역방어 허용과 국내 선수들의 기량 향상으로 위력이 떨어졌다. 동작이 커 심판 판정에서도 불이익을 받기 일쑤였다.

맥도웰은 최희암 전 모비스 감독에게 미안한 감정을 드러냈다.

“최 감독 사퇴의 결정적 원인이 됐던 전자랜드전에서 다 이긴 경기를 내가 4쿼터 종료 직전 자유투 2개를 다 놓치는 바람에 졌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이상민(KCC)과 서장훈(삼성)을 꼽았다. 이상민은 여태 호흡을 맞춰 본 포인트 가드 가운데 단연 최고이며 서장훈은 키가 큰 데다 영리한 플레이가 인상적이라는 이유.

“당분간 쉬면서 떨어져 있던 아내, 세 살 된 아들과 놀러 다니고 싶어요. 한국 무대 컴백 가능성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지금 같아선 은퇴하고 싶어요.”

맥도웰은 피곤해 보였지만 그래도 “63빌딩을 보겠다”며 눈발을 뚫고 발걸음을 돌렸다. 서울에 있는 명소 가운데 유일하게 안 가본 곳이라 떠나기 전에 꼭 구경하고 싶었단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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