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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가 적대정책 포기해야 핵 포기”…‘핵 동시행동’ 明示

입력 | 2004-01-14 18:57:00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국가정책연구센터(CNP)가 13일 공개한 이근 북한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의 ‘북핵 메모’는 북-미간의 핵협상이 어디서부터 어긋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 문서는 ‘핵문제 해결의 제반요소들’이라는 제목으로 민간연구소에 ‘입장 설명서’를 보내는 형식을 취했지만 북한의 공식 입장이나 마찬가지다.

CNP는 지난해 10월 이 부국장이 뉴욕의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서면으로 정리된 북한의 입장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었다.

이 부국장은 문서에서 이른바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을 원칙으로 하는 4단계 동시행동 조치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특히 “일부에서는 미국이 불가침을 담보하는 시점에서 우리가 핵계획 포기선언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며 동시행동 원칙을 둘러싼 ‘오해’를 지적했다.

이 부국장은 “우리는 미국이 핵포기 선언을 받아낸 다음날부터 우리 손발을 얽어매놓고 행동하라고 강박하면서 무장해제를 시작하겠다고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즉, 미국의 불가침 보장과 북한의 핵계획 포기선언은 ‘행동 대 행동’이 아니라 ‘말 대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 때 “우리는 핵 프로그램을 제거할 용의가 있다는 북한의 성명을 원하고 있다”며 “그것은 (대북) 안전에 관한 우리의 성명에 대응하는 성명”이라고 말했었다.

이 부국장은 그러면서 동시행동이란 ‘대북 안전보장 대(對) 핵포기 선언’이 아니라 ‘대북 적대정책 포기 대 핵포기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북 적대정책 포기에 대해 △불가침 보장을 믿을 수 있는 방식으로 제공하고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며 △한국 일본 등 다른 나라와의 경제거래를 방해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충 설명했다.

이 부국장은 북한이 이처럼 동시행동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이라크전의 교훈’ 때문이기도 하다고 적고 있다. 그는 “이라크가 유엔무기사찰단의 사찰을 ‘성근(성실)’하게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사찰단이 대량살육무기 개발 증거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 행동으로 명백히 증명되는 시점에야 핵 억지력을 포기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

CNP의 모린 스타인브루너 부소장은 “이 문서는 북-미 양측이 중요한 양보를 하지 않는 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너무 늦기 전에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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