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국토의 막내' 獨島가 죽어간다

입력 | 2004-01-08 18:24:00

독도에 서식하는 새가 동도 경비대 숙소 아래쪽 기름탱크에서 새어나온 기름을 덮어쓴 채 죽어 있다(2003년 8월 20일 촬영). -사진제공 경주대 울릉학연구소


《독도(천연기념물 제336호)는 더 이상 아름답고 신비한 섬이 아니다. 섬 안팎에 오물이 가득하고 시설물에서 흘러나온 기름 때문에 새가 죽는 등 자연 생태계가 크게 파괴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경주대 울릉학연구소(소장 황정환·黃正煥·50)가 울릉군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독도의 동도와 서도를 포함해 모두 78개의 돌섬과 100m 이내 해안에 대한 정밀 조사를 실시한 결과 드러났다.》

이 조사는 동식물생태 지질 지형 경관 등 12개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시설물 오폐수 및 쓰레기 해양오폐물에 대한 조사도 처음으로 이뤄졌다. 이 연구소가 8일 발간한 보고서에는 황폐해지고 있는 독도의 실상이 담겨있다.

▽오폐수 쓰레기장=독도에는 경비대원 32명과 등대관리인 등 38명이 상주하고 있다. 또 부정기적으로 공사 인부나 어민 등이 찾기 때문에 연중 수십명이 생활하다시피 한다.

천연기념물 제336호 '독도'

독도에는 정화조나 오폐수 처리시설이 없어 이들의 생활 폐수 등 각종 오염물질이 그대로 바다로 유출되고 있다.

경비대원들이 빨래와 목욕 등으로 사용한 폐수(하루 4.36m³)는 계곡을 따라 바다로 유입된다. 음식물 쓰레기는 월 평균 1.27m³씩 배출되며 분뇨는 하루 평균 38L씩 배출돼 등대 옆 계곡을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경비대원 숙소 아래 유류탱크 주변의 땅은 새어나온 기름으로 심하게 오염됐다. 탱크 주변 땅이 기름에 찌들어 색이 바뀌었으며 새가 기름을 덮어쓰고 죽어있는 모습도 관찰됐다.

독도 주변 바다에는 어선과 시설공사용 선박, 유람선 등에서 버린 쓰레기가 가득했다. 유람선으로 독도 주변을 둘러보는 관광객 수는 2001년 4만명이었고 올해 15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지난해 5월 10∼12일 다이버 5명을 투입해 폐그물 910kg, 철제관 2300kg, 일반쓰레기 620kg 등 모두 5200kg을 건져 올렸다. 연구팀은 “해양생태계의 보고(寶庫)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바다 속이 더러웠다”고 말했다.

▽시설물 난립=경비대원 숙소, 접안시설, 철제교량, 유류탱크, 비석 등 무려 120개나 되는 시설물이 난립돼 있다.

시설물들이 강한 바닷바람과 소금기로 부식되고 있는데도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비대원 숙소와 화장실, 유류탱크 등 구조물은 대부분 외관이 흰색이어서 독도의 자연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데다 군데군데 허물어져 있다.

경비대가 있는 동도(7만2000m²)에는 선착장, 진입로, 철제교량, 기념비, 개집, 우체통 등 93개의 시설물이 세워져 있으며 서도(8만8000m²)에도 어민 숙소와 계단 등 30개 시설물이 어지럽게 설치돼 있다.

시설물은 대부분은 심하게 부식돼 있다. 황 소장은 “제대로 관리되는 시설물은 거의 없다”면서 “시설물을 친환경적으로 배치하고 다시 채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도 훼손 현황오폐수4.36m³(1일)음식쓰레기1.27m³(월)일반쓰레기16kg(1일)분뇨38L(1일)기름유출상시바다 쓰레기5200kg(2일 수거량)식물생태무궁화 식재지대 토양훼손, 유채군락 등 귀화식물 확산

▽왜 이 지경인가=독도 관리관청은 해양수산부이지만 생태계는 환경부, 문화재는 문화재청, 입도 관리는 경북도, 경비는 경북경찰청, 등대관리는 포항해양수산청, 일반행정은 울릉군이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당장 시급한 정화조 설치와 쓰레기 발효처리 시설을 어느 부처에서 맡아야 하는지도 애매하다.

자문위원으로 조사에 참여한 서울대 이인규(李仁圭·68·식물학) 명예교수는 “독도의 시설물 관리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울릉=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