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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전용일 일병’ 50년만의 귀환

입력 | 2003-12-24 18:51:00


국군포로 전용일씨가 꿈에 그리던 조국의 품에 안겼다. 중국 공안에 체포된 지 40여일, 북한에 억류된 때부터 따지면 장장 50년 만의 귀환이다. 20대 열혈 청년이 반세기의 만난신고(萬難辛苦) 끝에 칠순 노인이 되어서 돌아오는 모습은 분단과 대결로 얼룩진 우리 현대사의 가슴 아픈 자화상이다.

전씨가 늦게나마 정부의 노력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정부의 일처리가 처음부터 좀 더 치밀하고 적극적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국방부는 무성의하고 불성실한 국군포로 확인 절차로 혼선을 일으켰다. 외교통상부 역시 목숨을 걸고 찾아온 전씨를 문전박대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정부는 시민단체를 통해 전씨의 딱한 사정이 알려진 뒤에야 허둥댔다. 국군포로 귀환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이 같은 모습을 보인 것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국군포로 관련 업무를 전면 재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부는 추정치에 불과한 국군포로 명단을 수시로 수정 보완함은 물론 이들의 조기 입국을 위한 부처간 협조체계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이는 평생을 사지(死地)에서 고생한 국군포로에 대해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자 책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군포로 출신 탈북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지원책도 모색해야 한다. 전씨를 포함해 94년 이후 입국한 국군포로 34명은 대부분 혼자 힘으로, 혹은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귀환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국군포로가 중국 땅을 헤매고 있을지 모른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정부가 이들을 방관하는 것은 중대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국군포로 송환을 북한에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정부의 자세 전환이 급하다. 북한과의 화해 협력도 중요하지만 국군포로 문제는 국가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국군포로를 한 명이라도 더 구출할 때 국가의 존재 의미도 그만큼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