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순형 대표의 부인 김금지씨가 29일 ‘김금지 극단’ 사무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씨는 연극계에서도 ‘미세스 쓴소리’로 통한다. -이훈구기자
“밖에서 남편을 ‘미스터 쓴소리’라고 하는데, 집에서는 내가 쓴소리를 많이 하죠.”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신임대표의 부인이자 원로 여성연극인인 김금지(金錦枝·61)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있는 극단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나 ‘미세스 쓴소리’로 통하는 사연부터 털어놓았다.
“2000년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때 떨어진 기억 탓인지 이번 경선 출마를 꽤 망설인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당신 바보 아니에요? 나가 보세요’라고 했더니 어느 날부터 연설 연습까지 하더라고요.”
김씨는 실제 집에서는 조 대표가 쓴소리를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남편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줄곧 쓴소리를 해 왔지만 정치인치고는 비위가 약한 사람이지요. 골프도 안 치고, 술도 못하고 그러다 보니 기자들과 접촉도 활발하지 못하고…. 보다 못해 ‘제발 융통성 있게 하라’고 소리치면 그냥 못 들은 체 하죠.”
김씨는 그런 남편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시아버지(조병옥·趙炳玉 선생)의 간판이었던 나비넥타이를 매 보라고 권했지만 매번 ‘거절’ 당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남편이 외유내강형인 배경에는 가정환경도 있었죠. 국회의원이 되고도 시아버지와 아주버니(조윤형·趙尹衡 전 국회부의장), 내 이름에 둘러싸여 있었죠. 한동안 연극계에서는 ‘김금지 남편이 도대체 누구냐’고도 했어요.”
김씨는 남편이 당 대표가 된 데 대해 “정말 시대가 변했다”고 평가했다. “남편은 전통적 의미의 당 대표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만큼 정치 환경이 깨끗한 이미지를 원하고 당도 내년 총선 간판이 필요했던 것 아닌가요. 남편이 나이(68세)보다 젊어 보이는 것은 쓸데없는 데 신경을 안 썼기 때문일 거예요”라고 풀이했다.
그는 경선 기간 중 추미애(秋美愛) 장성민(張誠珉) 후보 등이 ‘추다르크’ ‘토니 블레어’ 등을 거론하며 젊음을 앞세운 데 대해서는 “어떻게 나이 먹느냐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요”라고 꼬집기도 했다.
“남편이 대표 경선에 나가는 바람에 ‘부부가 설친다’고 욕먹을까봐 연극 40주년 기념 작품 홍보도 못했다”는 그는 3일부터 서울대학로 정미소극장(02-747-4188)에서 올릴 ‘선셋 대로’(빌리 와일더 원작) 연습을 이유로 자리를 뜨면서 노 대통령과의 인연을 귀띔했다.
“노 대통령이 13대 의원일 때 우연히 만났죠. 청문회 스타로 한창 뜨던 노 대통령은 내 연극을 봤다며 좋아했어요. 그래선지 주위 사람들이 노 대통령 보고 ‘맛이 갔다’고 막말하면 ‘나쁜 사람은 아니다’고 변론도 합니다. 물론 남편은 ‘내 앞에서 대통령 얘기하지 마라’고 역정을 내지만….”
65년 제2회 동아연극상을 수상했고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85년) 등 70여편의 작품에 출연한 김씨는 ‘극단 김금지’ 대표를 맡아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씨는 연극계에서도 알아주는 직설화법의 소유자. 한 중견 여성 연극인은 “발성 하나라도 불안정하면 ‘너 기본이 안됐다’며 호통을 치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