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공화국 '요정정치'의 산실인 대원각의 주인이었던 고 김영한 할머니의 딸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사이에 벌어진 법정 분쟁이 법원의 조정으로 일단락됐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9부(박찬·朴燦 부장판사)는 25일 김 할머니의 외동딸 서모씨가 KAIST를 상대로 낸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에서 "KAIST가 서씨에게 44억원을 지급하고 서씨는 김 할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피고가 운영하는 글로벌장학재단에 이사로 취임하라"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됐다고 밝혔다.
유류분이란 죽은 사람이 사망 전 자신의 재산을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증여하거나 유언을 통해 처분할 경우 원래 상속자의 생계를 고려해 그 중 일정비율을 상속자의 몫으로 인정토록 한 것.
서씨와 KAIST 사이의 법정 분쟁은 김 할머니가 1999년 11월 14일 별세하면서 서씨에게는 현금과 부동산 등 31억원 상당의 재산을 남기고 나머지 122억원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써달라"며 KAIST에 기증했기 때문. 이에 서씨는 자신이 받은 상속액이 민법상 규정된 유류분보다 적다고 주장하며 KAIST를 상대로 2000년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KAIST도 서씨의 유류분을 인정하고 서씨 역시 김 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KAIST 산하 장학재단에 이사로 취임하겠다는 의사를 보여 조정이 성립됐다.
김 할머니는 1996년 서울 성북구 7000여평의 대원각을 법정(法頂) 스님에게 기증, 이 터에는 현재 길상사라는 절이 들어서 있다.
금광을 하다 파산한 친척 때문에 권번기가 된 김 할머니는 월북 시인 백석의 연인 '자야'로도 유명하며 1996년에는 자서전 '내 사랑 백석'을 펴내기도 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